왜 우리 아이는 영어책을 읽어 달라고 했을까?

by 다정한 지쌤


제가 직장맘이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때 우리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학습지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아이들 연령에 맞는 책을 세 권 정도 읽어주시고 이야기도 나누다가 가셨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보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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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조금 남았네.

집에 있는 책 아무거나 한 권 가져와 봐.

선생님이 더 읽어줄게.”


그때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우리 아이는 책장으로 가더니 영어책 한 권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선생님, 이 책 읽어주세요.”


선생님은 조금 놀라셨다고 합니다. 보통 아이들은 한글책을 가져오는데, 이 아이는 영어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하니까요. 그래도 아이가 영어책을 좋아하는 것이 보이니까 그냥 읽어주셨다고 합니다. 참 고마운 선생님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선생님이 저에게 전해주셨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영어책을 가져왔어요. 영어책을 좋아하나 봐요.” 그 이후로도 가끔 시간이 남으면 선생님은 아이랑 영어동화책을 읽으셨다고 합니다.


사실 그게 가능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영어책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마와 함께 자주 읽었기 때문에 영어책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았고 스스로 읽는 것도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읽어주시면 같이 읽는 것도 편했던 것입니다.


그때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도 그냥 '영어책을 읽다니 기특하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한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집에는 책이 정말 많았습니다. 학년별 권장도서 목록을 받아 놓고 부지런히 책을 사 모았습니다. 그 나이때 아이들이 읽어야 한다는 필독서는 다 구해놓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유치원 이후 책읽기를 안 좋아 했고, 그 이유를 몰라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사실 제가 영어책을 산 이유도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왕이면 미국 교과서에 실린다는 좋은 영어 동화책 시리즈들을 찾아서 아이에게 읽히려고 사 놓은 책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제가 영어 공부방 수업을 하게 되면서 우리 아이가 읽었던 영어 동화책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왜 우리 아이가 영어 동화책을 좋아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 시기에 읽히던 많은 책들은 대부분 어떤 목적이 있는 책들이었습니다. 과학을 배우기 위해 읽는 책, 수학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읽는 동화책, 사회 개념을 알려주는 책.. 아이들에게 배경 지식을 넣어주기 위한 책들 이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책이 공부의 연장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 놓은 영어책은 조금 달랐습니다.

동물이 나오고

가족 이야기가 나오고

일상적인 작은 에피소드들이 나오는

잔잔한 스토리북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그 책이

영어 공부를 위한 책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책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책이

아이에게는 오히려

편안하고 읽고 싶은

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영어책을 골라서 읽어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아이들 읽을 책을 고를 때 어른인 우리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단순한 아이였고, 그냥 재미있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아이들 읽힐 영어 동화책을 고를 때, 아이들 일상생활이 잘 녹아든 '순한 맛'을 고릅니다. 너무 코믹하고 엽기적이고 과장된 이야기보다는, 보통의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책으로 고릅니다. 이걸로 뭘 배우길 바라는 '목적 의식'을 빼고, 그냥 읽을만한 책을 읽힙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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