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와카(短歌), <서시>에서 바람이 전하는 말
<이제 다시 詩作입니다>
윤동주는 제 삶의 동반자입니다. 윤동주가 어찌하여 저의 동반자가 되었는지, 그 사연은 <한시로 그린 자화상 - 제1화 아름다운 동행>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는 윤동주의 <서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서시>, 전문
제 아내가 윤동주의 <서시>를 영역(英譯)한 <Prologue>를 가져와 보겠습니다. 그리고 윤동주 <서시>의 종지(宗旨)라고 여겨지는 것을 제가 와카(短歌)로 지어본 <序詩(Joshi)>를 가져오겠습니다. 그 둘을 통해 <서시>의 '바람'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제 아내가 영역(英譯)한 <Prologue>입니다.
Prologue
written by Yun Dong Ju
translated by Kim Su Jin
Till the day I die
Looking up to the sky,
Wishing to have no spot of shame,
Even over the wind blowing on leaflets,
I was agonizing.
With the heart singing for starlets,
For all the mortal beings I'll have affection.
And I will be on my way given to me.
Also tonight, stars are tenderly touched by the wind.
<Prologue>에서 마지막 줄에 <서시> 원문에 없는 'tenderly'가 들어 있습니다. 'stars are tenderly touched by the wind'를 곱씹어보다가 제 아내의 직관에 감탄했고, 윤동주의 통찰에 놀랐습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서 '바람'은 잎새로 표현된, 이 땅 위에 살아 있는, 죽어가는 모든 것들의 괴로움의 원인입니다.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뜨겁게 불어오는 시련일 수 있습니다. 밖에서 오는 시련을 고행이라 하고, 안에서 오는 시련을 욕망이라 해보겠습니다.
그 시련을 여읜 것이 별로 표현된, 생사고락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동경의 대상으로서의 하늘나라, 이상세계입니다.
그 이상세계에 대한 동경과 현실세계에 대한 사랑이 자기 삶에서 실현될 때 거기에서 피어나는 바람이 'tenderly'가 아니겠는가 생각이 듭니다.
별이 바람과 무관하지 않고, 잎새가 별과 다르지 않은 그 모습이 'stars are tenderly touched by the wind'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서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 것을 제가 와카(短歌)로 지어 본 졸작 <序詩>입니다.
序詩
吹く風に
一点恥ずかしさ
星と葉っぱ
暖かい風に
一つになるね!
Joshi
fukukaze ni
itten hazukashi-sa
hoshi to happa
attakai kaze ni
hitotsu ni naru ne!
부는 바람엔
한점 부끄러움이,
별과 잎새가
따스한 바람으로
하나가 되는구나!
하늘과 땅, 별과 잎새의 이원론적인 세계가 아니라, <자화상>에서 노래한 것과 같은,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쳐져 있는 세계입니다.
<십자가>에서처럼, 높은 첨탑 위 십자가에 걸린 햇빛에 이르는 길은, 고난의 삶이라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흘리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윤동주에게는 하늘과 땅이라는 두 세계가 결코 이원론적이지 않습니다. 음 속에 양이 있고, 양 속에 음이 있는 것처럼, 하늘과 땅은 모든 것들의 두 가지 속성으로 파악될 뿐입니다.
나뉘어 있는 것 같은 속에서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을 보는 통찰이 놀랍습니다. 나뉘어 있는 부끄러움을 넘어, 하나가 되는 따스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고, 그와 같은 삶을 자기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윤동주가 <서시>에서 바람 편에 전하고자 했던 말,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