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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 교향곡 제1악장, 기복에 의한 전주

밥통성찰록

by 청와

고스톱 교향곡에 (가) 빌어먹는 고스톱, (나) 짜고 치는 고스톱, (다) 병 주고 약 주는 고스톱, (라) 거룩한 고스톱 등 네 악장이 들어있다고 했다. 각각의 고스톱 악장에 어떤 재미가 들어있는지 보자.


제1악장의 핵심은 '구걸'이다


빌어먹는 고스톱의 핵심에는 기복(祈福)의 재미가 있다. 각자 저 살자고 복을 빌고 그 복을 많이 받으려고 하는 마음가짐에서 기복의 재미가 나온다. 누구나 각자 제 살 궁리를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복은 모든 생명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질이다. 길흉화복의 인생사에서 제게 복이 오기를 비는 것이 기복의 재미이다.


설에 세배를 하면서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그런데 복(福)이 무엇인가? 길한 것은 좋은 것이고, 흉한 것은 불길한 것, 나쁜 것이다. 복(福)은 바라는 길(吉)한 어떤 것이겠고, 화(禍)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흉(凶)한 어떤 것이겠다.


그 복과 화의 운수라는 것이 자기가 지어가는 인연이다. 인연(因緣)이란, 인과 연이 맺어지는 것이다. 인이란 내 안에 쌓이면서 발현되어 가는 모든 것을 말하고, 연이란 인과 인의 관계에서 자기의 인을 제외한 모든 인들을 말한다.


인연은 허투루 지어놓고 좋은 결과 있기를, 복이 찾아오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것을 과욕이라 하는 거다. 복권을 사놓고 대박이 터지라고 바라는 마음이 딱 그 모습이다. 천 원짜리 복권을 사놓고 일 억짜리에 당첨이 되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 그놈의 모습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한 인물처럼 ‘복길’이라고 이름을 짓겠지, ‘흉화’라는 이름을 지으려는 사람은 없겠다. 누구나 복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제 복만큼 빌어먹고 살면 된다. 과분한 복일랑 더불어 나누면서 살면 된다. 복을 바라는 만큼 노력을 하면 된다. 최선의 노력을 다 해도 안 되면 그 이상은 제 복이 아니려니, 거기까지가 제 복이려니 하면 된다.


빌어먹지 말고, 벌어먹자는 거다.


대학에 내 아이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 아이가 공부 열심히 하도록 빌 수는 있다. 열심히 공부한 만큼 시험을 잘 치르게 해달라고 빌 수는 있다. 그렇게 제 복을 비는 것이 기복의 재미이다.


내 아이는 반드시 붙고 남의 아이가 내 아이 대신 반드시 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남의 아이가 떨어지라고 빌었다면 그게 기복이겠는가? 그건저주다. 저주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면 짜고 치는 고스톱을 치게 되는 거다. 그 이치를 깨닫고 제 아이에게 공짜 바라면 대머리 된다고 일러주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북돋아 주면 병 주고 약 주는 고스톱을 치게 되는 거다.


정화수를 길어 비손을 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해 보자. 기복의 깊은 맛은 어머니의 비손에 있지 않겠는가? 비손을 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은 정성스러운 마음이고 이타심(利他心)이다. 자신을 위해 비손을 하시는 어머니가 계실까? 제게 돌아오는 어떤 바람이 있어서 하는 비손이겠는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그러시겠는가?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빈손일지라도, 그 빈손으로 가족의 복을 빌어주는 모습이 비손을 하시는 어머니의 아름다운 모습 아니겠는가? 거기에 거룩한 고스톱이 있지 않겠는가?

(퇴근해서 술 한 잔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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