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개였을까?
첫 수술을 마치고 입원해 있던 어느 날이었다. 아빠는 출근을 해야 했고, 집에 남은 동생들도 돌봐야 했기 때문에 그날은 작은이모가 보호자로 함께해주었다. 퇴근하자마자 병원으로 온 이모는 아직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병실에서 저녁을 먹겠다며 컵라면을 꺼냈다.
비닐을 벗기는 소리, 용기가 부딪히는 소리, 끓는 라면 냄새, 면발을 후루룩 삼키는 소리가 차례로 전해졌다. 당시 나는 회복 중이라 다친 왼쪽 눈뿐 아니라 두 눈 모두 뜨기 힘든 상태였다. 하지만 소리와 냄새만으로도 무슨 라면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모, 왕뚜껑 먹죠!” 하고 외쳤더니, 이모는 너무 놀라 라면을 먹다 말고 사례가 들렸다.
우리는 서로 깔깔대며 웃었다. 이모는 보지도 않고 맞힌 내가 대단하다며 “혹시 보이는 거 아니야?”라며 농담을 던졌다. 맞힌 나 역시 스스로가 신기했고, 이게 뭐라고 괜히 뿌듯했다.
‘사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감각이 더 발달한다’는 말을 직접 체감한 순간이었다. (어쩌면 평생 ‘쩝쩝박사’로 살아온 덕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련이라고 불릴 만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과 행복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