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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나 May 06. 2023

둘째는 좀 다를까?

2. 침입자

무언가에 쫓겨 첫째 J를 들쳐안고 달리던 내가 안도하며 뛰어들어 간 곳은 시아버지의 공장이었다. 내가 늘상 출근하던 그 공장과는 다른 황량한 곳이었지만 꿈속에서는 그곳이 공장이었다.


헉헉 거리며 공장 가건물로 들어가 무거운 나무문을 있는 힘껏 밀어 닫고선 빗장을 걸어잠궜다.


쿵.


그것이었다. 우리를 쫓던 그것이 문에 몸을 들이받는 것이 분명했다.


쿵.


나는 눈물범벅이 되어 첫째를 안은 채 덜컹거리는 문을 온몸으로 밀며 버텼다. 계속되는 충격에 나무문의 판자 하나가 쪼개어 지기 시작했다. 쪼개어져 커진 틈 사이로 그것이 주둥이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둥근 코 끝에서 갈라져 나온 입. 아주 조그만 동물이었다.


필사적으로 들어오려는 그 주둥이를 냅다 발로 갈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포기하지 않았고 더 강력하게 제 몸을 문에다 부딪었다. 판자가 쪼개어져 생긴 틈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내 발길질이 살짝 빗나간 순간, 그것이 결국 쌩하니 뛰어 들어와버렸다.


아기 사자였다.


숨을 곳도 없는 휑한 공간에서 나는 한 구석으로 달려가 첫째를 온 몸으로 감싼 채 웅크렸다. '이제 끝났구나.' 하며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주변이 어둑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옆에 나 있는 큰 창에 그림자가 드리운 듯했다. 두려운 마음을 이겨내고 고개를 들어 창문을 보았을 때,


암사자가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가로폭이 2m는 되어보이는 큰 창문을 머리만으로 가득 메울만큼 큰 사자였다. 그 근엄한 얼굴의 사자는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우리를 지켜주려 하는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자 들끓던 불안이 잠재워지고 마음이 고요해졌다.


그러고선 꿈에서 깼고, 얼마 안 되어 둘째 임신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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