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1년의 준비 과정 기록
2024년이 저물어가는 어느 날. 벌써 서울에서 산지도 12년이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는 똑같은 고민을 평생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그때마다 나의 다이어리에는 각양각색의 답이 적혀있었다.
대학교는 졸업해야지, 워킹홀리데이에는 답이 있을까?, 첫 회사 3년만 채워보자, 5년 차에는 잠시 갭이어를 가져보자, 여행을 다니면 달라질까?, 커리어를 틀어볼까? 아니 다시 하던 거 잘해보자, 더 큰 회사를 다니면 편안한 마음일 들까? 역시 큰 회사는 나랑 안 맞네, 역시 스타트업은 너무 힘들어.
아주 느리게 돌아가며 하나씩 부딪혀보고 깨닫는지도 모르는 사이 갑자기 머리에 한 문장이 명확하게 떠올랐다.
"서울이 싫어. 떠나고 싶다."
이 문장은 오래전부터 묵히고 묵혔던 문장이었는데 희미하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다가 때가 되어 떠오른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전라북도 완주군 아주 작은 시골 동네에서 자랐고(한솥을 대학생이 되어 처음 먹어봤다고 하면 놀라던데..) 초중고 모두 논밭이 눈에 보이던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여행을 떠나도 사람이 없고 도심이 아닌 자연에 가까운 곳을 주로 여행했으며, 노이즈캔슬링 없이는 지하철과 서울 거리를 못 견뎌하는 사람이다.
이런 내 특성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망설였던 건 역시 돈이었다.
내려가면 뭘 해 먹고살아야 하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좋은데 혼자 떨어지는 건 너무 무섭고 외로워, 트렌드에 뒤떨어지고 감을 다 잃어버리면 어쩌지?, 지방에 가서 살면 서울의 익명성을 누리지 못할 텐데 나는 그걸 견딜 수 있을까?
하지만 2023년 약 10개월간의 갭이어를 가지는 동안 본가에서 살며 조금은 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들어간 회사에서는 더 이상 일이 재미있지 않았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도 끝은 바로 저기겠지? 하는 오만한 생각에 힘이 빠지고 무기력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용기를 얻은 건 내가 원하는 방향을 먼저 걸어가는 동료, 선배들 덕분이었다.
어차피 나도 저 길로 간다면 일찍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실패해도 아직은 어리니 돌아갈 회사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너무 게을러서. 선언하지 않으면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 내게 아주 우연히 스마트팜 박람회에 가서 기회를 엿보았고, 브런치 스토리 팝업에서 글을 써야 한다는 미션을 받았으며, 퍼블리스 테이블 전시에서 서울중독이라는 와닿는 문구까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우연적인 사건들을 못 본 척 지나가지 않으려 한다.
내년 10월 전까지 나는 서울을 떠나리라. 아니 적어도 나의 유일한 거점은 되지 않게 만드리라.
그 1년 간의 기록을 오늘부로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