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한 끼
헤어디자이너에서 요리사 밥티스트 고된 이야기
마을 어귀를 돌아서니 눈에 익은 골목길이 나온다
왠지 언젠가 와본 것 같은 그 골목길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나와 마주하게 된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이 시간이 나에겐 몹시도
힘든 시간으로 기억되곤 한다
하루 종일 산산이 부서져 빛을 발하던 태양은 어느덧 서쪽 산너머에 모여들에 복숭아빛으로 마지막을다하여 빛을 발하고 있는 그 아름다운 광경에
어린 가슴은 무너지고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골목길에 우두커니 서있다
친구들은 저녁 먹어라 불러들이는 엄마의 째지는
목소리에 이끌려 아쉬운 안녕을 고하고 ᆢ
어린 나는 갈 곳을 잃은 삽사리 마냥 어쩔 줄 모른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무릎 위는 내게 세상 편한 안락의자였다
그 ᆢ무릎 위는 우리 집 서열 1위의 아버지도
범접하지 못하는 내 지위였다
할아버지는 내게 넓은 하늘이었다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주시는 분이셨다
밥 먹을 시간이 되면 큰 밥상이 한 개 아랫목에
펴지고 ᆢ소반이 4개 윗목에 펴지면
큰 할머님ᆞ고모 할머님 ᆞ작은 아버님들
삼촌들이 둘러앉아 조반을 드시고
큰 밥상에는 할아버지와 얄밉게 무릎 위에 탈삭 올라앉은 내가 밥상을 받고 할아버지는 두툼한
조깃살점을 뜯어 내 밥 수저에 올려주시며
그렇게 아침을 열었었다
내가 기억하는 아침에 풍경은 그러하다
평화로웠다 항아리가 펼쳐진 마당에
소복이 쌓인 눈 ᆢ 할아버지가 방망이로
얼음 퉁퉁 깨어 꺼낸 살얼음 낀 동치미 한 바가지
떠내어 국수에 말면 이내 점심 국수가 되었다
점심을 마치면 할아버지 손을 잡고 산책을 나선다
할아버지의 손은 한없이 커서 언제든 잡고
매달려도 든든했다
하얀 비단 한복에 옥색 마고자를 입으셨던
한복선이 고우셨던 할아버지와의 산책 ᆢ
마을 어귀를 돌아 있던 그 골목길엔 늘 웃으면
품을 내어주시던 할아버지가 계셨다
노점상에서 밤이랑 고구마를 사들고
뉘엿뉘엿 해지는 골목길이 무서워도 할아버지의
도포자락만 있으면 무서움이 덮어졌더랬다
한 발 한 발 할아버지가 이끄는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던 그 골목길 ᆢ
골목길을 보면 쓸쓸함이 묻어났던 건 그이 유인 가보다
그렇게 이내 밤이 머리 위를 덮으면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연탄 화덕 위에 생선 한 마리가 또 오른다
할아버지와 그렇게 저녁밥상을 물리면 ᆢ
화로가 들여져 오고 그 화로에는 1 월신정에
굳혀져 떡국떡이 되었던 가래떡 조각과 함께
아까 사 온 고구마ᆞ군밤이 타탁 타닥 소리를
내어 구워진다
탄 껍질을 투둑 투둑 털어내고 껍질을
벗겨내면 노란 속살을 드러내는 고구마랑
군밤ᆢ김모락 하게 올리는 가래떡 구이
딱 그거면 되었다
그 길었던 소녀의 1월 긴긴밤은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깊어간다
그 골목길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오랜 전의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그리운 한 끼를 잃었다
연탄 불위에 조기구이와 동치미국수
가래떡 ᆞ군밤 같은 군 입거 리들 내 할아버지가
나와 하루를 보내며 먹었던 음식들 ᆢ
지금은 있어도 그리 간절할 것 없는
그런 음식들이 할아버지께서 그 골목길을 돌아
먼길을 떠나시던 날 나에게는 그리움에 목이 메는
음식이 되어 잘 먹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골목길이 보이면 그 어린 시절
내가 있었고 할아버지께서 계셨다
골목길에서 놀고 있어도 더 이상 불러주시지는
못하지만 내 기억에 그 골목길은 할아버지의
발자국이 있고 향기가 있으며 곧 불러들여
먹여주실 생선구이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골목길에 있는 나의 식당(수작 반상)은 아마도
그 한 끼 밥의 기억으로 시작된 나에게로의 초대
가 아닌가 싶다
그 수많은 시간 동안 귀염 받이로 할아버지께
받은 맛난 한 끼를 단 한 번도 대접해
드릴수 없었던 아쉬움 ᆢ
그리움 한 끼
내게는 쓸쓸하기 만한 저녁나절의 그한끼밥은
그렇게 사무치고 목이 멘다 ᆢ
그렇게 추적추적 저녁이 내려앉으면
작은 식당 안에 쓸쓸함을 싸안고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잃어버린 한 끼 밥을 지어드리고
있었다
고단한 하루를 코트 주머니에 접어 넣고
잔뜩 웅크린 채 ᆢ딸랑 ~~ 하는
현관 문소리와 함께 지친 그림자 끌고
내 밥을 드시러 오는 조용한 골목 안 작은 식당 ᆢ
찾기조차 어려운 이곳엔 어느덧 생선이 구워지고
동치미국수가 말아지고 ᆢ고구마가 ᆞ가래떡이
구워지고 있다 ᆢ
생선이 귀한던 시절의 풍경이 이제는
낯설기만 하다
모든 게 풍성한 지금 시절에 어는덧
생선은 흔한 반찬이 되었건만 ᆢ
내게 생선은 아픈 가시 반찬 ᆢ
누구에게나 기대로 가득 차는 매년 1월의 겨울밤은 이곳에서 잃어버렸던 한 끼 밥이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한잔 술에
후끈함으로 사람들의 소매 깃에 쓸쓸함으로
묻어져 따라가고 있다 ᆢ
나는 그
골목길을 돌아 잃어버린 내한 끼 밥과
힘없이 앉아있던 어린 나를 잡아 일으켜
기억의 저편으로 돌아오곤 한다
당신의 잃어버린 한 끼는 안녕하신가요
환자를 위한 정신건강 제안
아프다는 것은 마냥 힘들고 괴롭고 세상 모든 것이
암울하고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을 사는 것보다
정해진 그날에 맞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하나하나 버킷리스트를 적고 실행하며 즐거움을
찾아가고 뾰쪽했던 인생의 모서리를 다듬어 가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파 죽겠는데 무슨 헛소린가 하겠지만
아픔은 또 다른 아픔을 낳는다
첫 번째 가장 가까운 이를 힘들고 아프게 한다는 것!!
내 아픔 때문에 나로 인한 타인의 아픔을 돌볼겨를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비루한 핑계와
변명일 뿐이다
오늘부터 달라져보자
아플 땐 일단 바빠야 한다
난 빈혈 환자이기도 해서 머리도 자주 아프고
뇌압이 심할 때가 있다
이럴 때 가는 곳은 시장이다 조금 한적한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기도 한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집중하고 이런저런 물건을 둘러보고
물건 사라 떠드는 소리 물건값깍느라 싸우는 소리 그런
소란 속에서 나를 잠깐 잊는다
시장을 조금 봐서 환자식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1월의 밥상
1월 1일 떡국 먹는 날
신장환자들은 국물 제한이 있으므로 이렇게 한 대접의
국물요리는 피하게 된다
그래도 먹고 싶은걸 어쩌겠는가 ~이럴 땐 이렇게
조리 버섯 떡국(단백질 풍부한 한 끼 식사)
조롱이떡 10개
만가닥버섯 1팩
( 송송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 1시 간담 가두기)
사골육수 2컵
( 필터로 두 번 정제 칼륨 제거 필터나 없으면 커피용 거름 필터도 좋다 )
달걀흰자 1개
소금 1꼬집! 식초 1 방울 후추는 취향 것
만들기
사골국물을 끓이다가 떡과 버섯을 넣고 끓여준 다음
달걀흰자를 풀어 섞어준다
소금 간을 하고 식초를 살짝 뿌려 곁들여 먹는다
Tip 식초의 산으로 떡의 전분기와 사골국의 텁텁함을
산미로 인해 깔끔하게 해 주고 소화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