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느덧 다른 계절로 이만큼 다가와
나를 불러내어주었다 꿈을 위해 미친 듯 달리는 나는 비로소 멈추고 쉼으로써 힘을 얻어 완주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였고 초콜릿 상자를 내민다 꼭 하나만 골라야 하는 건가
여러 개를 골라도 되는 건가 잠시 고민해볼 틈도 없이 나는 이것저것 골라버렸다
나이가 오십쯤 되면 다른 사람들은 꿈을 이루거나 못 이룬 꿈이 있다면 슬슬 정리들을 시작하는 나이인 것 같다
나는 그러질 못한다 아직도 자고 일어나면 새로 자라난 꿈들을 베어내느라 뒤적뒤적 마음속에 나와 타협할 적당한 단어들을 정리해 끄집어내기 일수다 나는 그로 인해 인생의 달콤 쌉싸래한 초콜릿들은 손에 잔뜩 움켜쥐어져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어느덧 중년 ᆢ아프니까 청춘이다 가 아니고
아프니까 중년이다 외치며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독려하며
내 하루의 시작을 재촉하며 들들 볶아 대기 시작한다
이렇게 새로운 이 계절은 우리를 깨워내 주기도 힘들게도 한다
이봄은 나에게 또 어떤 꿈을 안겨줄까 잠시 생각해본다
계절이 바뀔 때 우리는 옷을 바꾸고 이불을 바꾼다
침대 위의 이불을 걷어내다 문득 ᆢ어릴 적 이불장에
차곡차곡 쌓인 공단 목화솜 이불속에 묻어둔 커다란 놋주발에 담긴 밥 한 그릇이 떠올랐다
초록ᆞ빨강의 강렬한 색채를 자랑하는 공단 이불들은
덮고자기도 했지만 그 시절의 또 다른 역할은 보온밥통이었다
밥통이라 함은 그 시절에 매우 귀한 것이었었다
일본 여행을 다녀올라치면 모두들 사들고 온다는
코끼리 밥통 ~밥만 되는 전기밥솥에이어 또 다른 엄마들의 그 시절에 열광했던 사치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
한동안 요즘 엄마들이 경쟁하듯이 사들였던 김치냉장고처럼 ᆢ
어느 시절이었던지는 기억에 없던 아주 추운 날
학교 다녀와서 자개장을 옆으로 스르륵 열면
두툼한 이불이 숨 막히게 정갈한 모습으로
개어져 있다 그 중간 사이쯤 에 손을 쑤~욱
넣고 얼굴을 대고 있으면 엄마 냄새가 나서 좋았다
이불 홑청 뜯어진다고 늘 혼내주는 엄마였지만 ᆢ
예전엔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의 일상은 이불 개는
일이었다 이불을 장에 맞게 삼단으로 접고 무늬도
딱딱 들어맞게 개어서 차곡차곡 ᆢ 그런 일상으로 시작되는 아침 ᆢ
지금은 시침질해서 손바느질로 꿰매는 이불이 없지만
그땐 버석버석 하니 풀 먹인 보송한 이부자리 꾸미는 것도
집안의 대소사였던 시절이었다
어린 내 눈에는
이불의 쓰임 또한 다양했다
조금 커서는 왠지 이불의 다른 칸에도 손을 넣어보고
싶어 졌다 그날의 충동은 나에게 큰 사건의 전말이 되어준다
다른 칸에는 엄마가 아껴 모아둔 쌈짓돈도 있었고
때론 문서들도 잠깐씩 넣었다 빼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 쌈짓돈은 이내 나의 표적이 되었고 ᆢ
오백 원짜리 지폐는 어느새 내생 각과달리
내 손에 쥐어져 있었고 내 안에 또 다른 나는 마치 난 니돈이야 ~라고 스스로에게 외치고 있었다
그 달콤함이 오래 버텨주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엄마는 알고 있었다
곳간에 생쥐가 나라는 것을 ᆢ
그 오백 원을 가지게 된 나는 피아노가 있는 이층 집 딸도
부럽지 않았다
여기서 피아노 이층 집이란 우리 동네 하나밖에 없던
피아노를 가진 이층 집을 말한다
이 집 아버지가 동아일보 기자였는데 ᆢ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수닷거리로 곧잘
올라오는 집이었다 그 기자 아빠가
돈을 무척이나 많이 벌어온다는 이야기가 ᆢ
공공연히 들려왔더랬다
기자는 그 시절에 아마도 돈을 많이 벌었던 직업이었나 보다
먼 훗날 그 집에 경찰이 들이닥치고 얼마 안 가 폭 삭망 해서 이사 가던 날 ᆢ그 집 딸과 친했던 터라 가슴이 먹먹하고 슬프기도 했지만
늘 피아노 한번 쳐보게 해 줄 때마다 나를 기죽이고 조롱질했던 그 아이를 생각하며 쪼끔 고소하게도 생각했던 망할 계집아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층 집에서 피아노 치며 사는 동갑내기 딸이 늘
부럽기만 했던 나였기에 친구를 좋아하면서도 못돼 처먹은 구석을 그때부터 드러낸 것 같다
이불속은 나에게 이렇듯 많은 추억을 끄집어내 주는
미지의 공간이었다 ᆢ
그렇게도 이층 집 딸 부럽지 않은 나의 오백 원의
행복은 엄마가 큰돈을 줘보지 못함을 딱하게
여겨 슬쩍 눈감아줬던 한 번으로 끝내야 했었다
이내 두어 번 이불속의 유혹을 못 이긴 나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회초리를 맞아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잔뜩 골 부어 있는 나를 보면서
엄마는 종일 안쓰러워하셨다
생전 혼자서 외출이라는 것을 모르시는
엄마는 이날 처음으로 나를 혼자 데리고 의정부 시내에 있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지동관이라는 중국집에 데려가셔서 짜장면과 중국식 만두를 사주셨다
그때 당시는 면이 좀 넓적했었던 기억이 있고
테이블에 올려지자마자 ᆢ콧구멍이 벌름거려지고
침이 요동을 쳤던 기억이 있다
까만 벨벳 같은 그 윤기 나는 까만 소스가 덮힌자태라니 ᆢ 혀에닺는순간
고소함이라는 단어가 어떤 단어인지 알게 해 줬고 힘주어 쭉 빨면 휘리릭 빨려 올라오는 보들한면발이란ᆢ그리고 남은
부드럽고 끈적한 소스 맛을 딱 표현하자면
내입 속에서 느껴지기를
매 맞아 부은 종아리에 발라주신안티 푸라 민 연고보다 더 빠르게 내 다리의 아픈 곳을 낫게 해 주는 것 같은 맛으로 기억된다
훗날 결혼하고 엄마 갔던 생각나서 가보니 그곳은 지금도 대물림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내가 중식을 좋아하게 된 것도 아마 이날에
매 맞고 먹었던 보상 같은 음식으로 기억되어 있어서
인 것 같다
마치 위로 같은 짜장면은 내가 뭔가 힘들거나
스스로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을 때 나에게
상처럼 주게 되는 치료 음식이 되었던 것이다
엄마와 처음 해보는 시내 나들이에 짜장면은
처음 매 맞고 놀라고 서운한 나의 상처를 깨끗이 치유시켰다
그래서 짜장면은 내게 있어 치유의 음식인 것이다
내게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음식이지만
짜장면은 참으로 오랜 시간 시대를 거쳐
우리 일상의 소소한 음식으로 자리 잡아 온 것 같다
다시 다른 칸의 이불로 돌아가 이야기하자면
중간쯤에 있던 보온의 역할을 하던 이불속에
묻어둔 밥주발의 이야기다
출타하신 집안 어른들께 따끈한 진지를
드시게 하려던 며느리의 마음 또한 함께 묻혀있던 공간이었다
다른 이유로 그 칸은 나갔다 온 내손을 따뜻하게 녹여주기도
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이불장은 방 한편에서 묵묵히
우리의 삶을 품고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은 보일러가 따뜻이 돌아가는 집이니
덮으면 숨 막힐 것 같은 두꺼운 목화솜 이불도
필요 없고ᆢ집집마다 밥이 되었다고 친절히 말로
설명까지 해주는 전기밥통들이 있으니 더더욱
이불의 쓰임도 무색해졌다
컴퓨터는 물론이요 스마트폰으로 돈을 이리저리
옮길 수도 있으니 비상금도 넣어둘 역할도
필요 없어졌다
내가 쓰고자 하는 잃어버린 밥 한 끼는 단지 배를 채우는
그런 행위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 시절 한 끼 밥으로 인해 만난 친구 이웃 혹은 스치는 인연
내 어머니의 노고와 사랑 모든 것이 밥으로 연을 맺고 이어져가고 있으며 그렇게 수많은 한 끼를 했던 시간들도
어느덧 희미해지고 있다는 아쉬움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이다
우리가 매일 뭐 먹을까 고민되거든 과거의 그때쯤을 기억해보고 무엇을 먹고 어떤 일들이 있었나 회상해보면서
오늘의 한 끼를 정해 보면 어떨까 싶다
밥 한 그릇 ᆢ짜장면 한 그릇에도 우리의 인생을 성장시킨 삶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가 있지 않은가 ᆢ
봄이 오는 이 계절에는 내 오랜 시간 속의 잃어버린 한 끼를 꺼내어 그 시절의 추억과 함께 맛보시길 바란다
내 기억의 그 맛이 사라져 버리기 전에 ᆢ
당신의 잃어버린 한 끼는 안녕하신가요?
코로나 19 너무들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이럴 때 나처럼 환자이고 매일 병원을 오가야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위험에 노출되어 힘들다
물론 매일 정신없이 일만 하는 나같이 정신 나간 환자는
세상 바빠서 ᆢ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별 의미도 없기는 하지만
오늘은 KBS 생생정보 촬영을 하기 위해 면역력 증강 봄나물 한상차림 특집 요리
요리 정보 :일단 신장 계열 환자들은 산나물이나 재배되는 나물들이 좋지 않다
모든 나물에는 일단 기본으로 자기 방어 독성물질들이 있고
포타슘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꼭 드시고 싶다면 삶아서 찬물에 두 번 정도 물을 갈아주면서 4시간 정도 담가서 요리하시기를 권한다
환자식 레시피
냉이 초된장 무침
냉이 300 그램
손질법
일반식 : 끓는 물에 소금 넣고 1분 데치기
환자식: 데친 냉이를 찬물에 4시간 담가주기
소스
된장 1큰술 식초 1큰술 조청 1큰술
간 마늘 1작은술
조리법
냉이는 꼭 짜서 물기를 제거 길면 한번 정도 잘라준다
소스 재료를 볼에 넣고 골 고른 섞어주고 냉이를 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