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한 끼
눈뜨고 숨 쉬고 살아있음에 감사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새로이 처음 맞이하는 내 인생
오늘이 어떨지는 나도 그 누구도 모른다
매 순간 살아 내 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내 인생의 한 페이지
내가 나인 것에 대해 나는 스스로 만족을 못하고
나도 처음 만나는 내 인생의 오늘 하루를 살기 위해
지난 세월을 곱씹고 후회하면서도 꾸역꾸역 내 삶을 보챈다
살아보지 않아서 나도 어떨지는 모르는 내 인생
아침에 눈뜨면 어제의 나도 싫고 오늘의 나도 뭐 그리 마땅치 않아서 나를 쥐어뜯으면서 일어난다
살고 싶지 않다고 매일 생각하면서도 눈뜨면
배가 고프다 이런 제길
그 안에서도 우리들의 하루 삼시 세 끼는
여전히 돌고 돌고 돌고
매 순간 별반 다를 것도 없는 같은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한 끼를 꿈꾼다
고르고 골라 내 안에 잠재된 잉여 한 끼는 결국 돌고 돌아
어제와 같은 메뉴
먹는 일이 이제는 힘겹고 지치기까지 한다
하물며 이봄이 다시 돌아올 때면 작년엔 뭐 먹었나 싶다
그 긴 시간들이 흘러가는 동안 내가 잊어가고 있는 건 뭘까
그렇게 봄을 재촉하여 봄은 어김없이 돌아왔고
성질 급한 우리들은 봄을 충만하게 누리지도 못한 채
이내 여름을 채근하여 이제 겨우 연둣빛 물오른 나무들을
다시금 푸름을 재촉하게 만든다
몸이 아픈 환자들은 항상 마음이 급하다
병든 몸을 어떻게든 끌어안고 살살 달래 가며 온몸의 에너지를 쥐아 짜서 살아내야 하는 나는 나 스스로의
양분을 고갈시키며 나를 소멸시켜가고 있지만
지치지 않으려 얼굴에 분칠을 하고 입술에 봄을 닮은 분홍빛 립스틱으로 생기를 불어넣어본다
방송 촬영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서면서 슬픔으로 한껏 구부러진 허리를 곶 추세 우고 가슴을 펴고 큐사인과 함께 방긋 한번 웃어본다
봄나물 특집 대본을 보면서 봄나물 요리를 시작한다
#다시 시작
봄을 알리는 꽃마저도 자기 존재를 알리기 위해 사력을 다해 꽃을 피운다
겨우내 수분과 양분이다 고갈되었을 꽃
나뭇잎이 있어 광합성을 한 뒤에 꽃을 피우면 쉬우련만 잎과 함께 피어 공존하면 잎에 가려져 꽃만의 아름다움을 과시할 수 없음을 알고 있는지
양분 없는 나무에서 싱싱한 꽃을 피우려고 그 힘든 시간을 버텨내며 꽃을 피워내고야 아는 꽃이 보여주는
새 생명의 경이로움을 지녔으니 꽃처럼 도도한 이 봄은 우리에게 사소한 것마저 놓치지 말라고 새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나는 그러한 봄을 요리하는 요리사
사람들이 놓치고 지나가는 봄의 움직임과 계절의 음식을 알리며 사람들이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이봄을 붙들어 매고 있다
#봄의 향연
이맘때면 또 빼놓지 않고 생각나는 쑥개떡
쑥버무리 ᆢ도다리 쑥탕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쑥이 올라올 때쯤이면 너도나도 쑥을 뜯어다가 갖은 솜씨를 내어 숨죽이고 있던 봄을 기어코 밖으로 끌어내고야 만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흙을 뚫고 나오느라 사력을 다했을
솜털보숭보숭 어린 쑥은 우리에겐 오랜 세월 봄의 전령사로 자리 잡았다
쑥은 향기로 먼저 봄을 알리며 향으로 우리를 자극한다
쑥은 여러 가지 약용으로 식용으로 두루 쓰이지만
쑥을 쌀가루와 설설 버무려 깔끔하게 쑥버무리로 만들어도 좋고 삶은 쑥을 밀가루와 치대어 만든 구수한 쑥개떡 도
맛나다
떡 속에 앙금을 박는 남한식 인절미와는 다르게 평양식 은 쑥과 찹쌀로 떡을 치고 거꾸로 거피팥 앙금을 펼치고 떡을 넣고 꽉 쥐어서 만든 인절미인 쥔떡을 만들어 먹는다
지금은 먹을거리가 흔해져서 떡집에서 별미로
조금 사다 먹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쑥 향은 지니지 않은 듯하다
결국 우리가 그리운 것은 어머니의 손맛과 냄새
계절이 돌아오면 딱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른다는 것은
결국 그때 함께했던 잃어버린 한 끼 를 같이했던 사람들이다
#도다리 넌 또 왜 거기서 나와
쑥이 올라올 때쯤에 항상 붙어 다니는 이름 도다리
넌 또 왜 거기서 나와할 테지만 봄 도다리도 이때 맛이 한껏 올라 부드럽고 달큼한 맛이 쑥과의 궁합이 딱 맞기 때문이다
쑥은 동양의 허브 쑥은 비릿한 생선요리와도 참 잘 어울린다
뭐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요리법 또한 매력적인 것이
집된장을 쌀뜨물에 에 슴슴히 풀어 넣고 펄펄 끓으면
도다리랑 쑥을 넣고 한소끔 끓이면 된다
도다리 쑥국은 이상하게도 어린 내 입맛에 도 잘 맞았던 것 같다
지금도 도다리 나올 때면 어김없이 몇 끼 끓여 내는 요리이다
우리들은 이렇게 가슴속을 뒤적거려 추억이 애틋한 음식들을 꺼내고 기억 속에 음식들을 더듬더듬 유추해내어 만들어 먹는다
이것은 아마도 몸이 기억하는 음식 맛을 찾아내는 이유일 것이고 몸이 계절의 변화에 맞는 음식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도다리 쑥국을 해 먹었던 이유는
예전에 춘곤기 가 오면 나른해지는 몸에 좋은 기운을 돌게 해주는 비타민 같은 음식이었을게다
# 싫은데 좋은 건 뭘까
나는 어릴 때 쑥 냄새가 싫었다
쑥은 봄이 되면 조금의 노동력에 거저 얻어지는
산물이었으므로 매일같이 밥상에 다채로운 모습으로 올려
지고는 했던 거 같다
내가 지금은 참 좋아라 하는 쑥 요리 중하나 쑥버무리와 쑥밥
지금은 참 별미지만 예전엔 싫어했었던 음식이기도 했다
쑥버무리는 보통 밥 위에 쑥과 쌀가루를 버물버물
해서 얹히곤 했는데 그 쑥향 베인 밥이 싫었다
심지어 어느 날에는 쑥밥도 해주셨는데 쑥밥에
볶은 콩가루를 슬슬 뿌려주셨다
밥 같기도 떡 같기도 한 꼬순쑥밥은 이제 나이를
먹으니 봄이 되면 떠오르는 별미밥으로 기억된다
들에 파르스름한 기운이 올라오면 겨우내 추위에
웅크린 어깨도 어느새 나른하게 펴지고 내 마음에도
또 다른 이들에게도 봄은 그렇게 푸르름을 한껏 다 내어주며
계절의 첫 시작을 알린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가 얼마나 바쁘게 살아가는지 모른다
나도 몸이 아파보니 이제야 비로소 천천히 나를 돌보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어제의 나보다 오랜 시간 더 먼 과거의 나를 이렇게 불쑥불쑥 꺼내어 아프지 않았을 때의 젊고 건강한 나를 그리워한다
#여유로운 삶
예전엔 겨울이 유난히 추웠다
그런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그 시절의 봄은 들판에서 쑥이며 냉이 봄나물을 뜯으면서 겨우 내 자주 못 만난 친구들과 동네 아낙들의 소통의 시간이 아녔을까 짐작해본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도란도란
마음껏 떠들 수 있는 귀한 시간
그 시간을 통해 겨우내 숨 막혔던 추위를 걷어내 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지금처럼 전화며 컴퓨터로 다양한 SNS 활동으로
새로운 친구 맺기 까지도 가능한 시대
멀리 있는 친구가 실시간으로 무엇을 먹는지 보는지까지 다 알 수 있으니 사무치는 그리움도 애틋함도 덜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또 반대로 서로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더더 과도해지고 몰라도 될 것들도 알게 되고 더 많은 것을 남보다 빠르게 알고 싶게 하여 너무 깊게 깊게 파고들어 큰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저 과거의 우리들의 봄은 지금처럼 서로의 안부가 쉽게 전해지지 않았던 지난시절의 봄나물 뜯기 나들이에
겨우내 뜸했던 친구의 안부와 함께 수다스러운 설렘도 잠시 들판에서 나물이며 쑥을 캐고 돌아와 아쉬운 대로 쌉싸래한 봄나물 비빔밥과 달래전 부쳐가면서 끊임없이 재잘대던 소녀들의 봄 밥 한 끼 가 전부였드랬다
그래도 소란스러운 그 봄은 그 시절 우리들 누구에게나 설레었을 그런 계절이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
나는 구석구석 아픈 몸의 세포를 하나하나 깨워내야
겨우 숨 쉬고 일서 날 수 있다
온몸이 바늘로 찌르는듯한 고통을 거두어내고
혈압상승으로 경직된 뒷목을 살살 달래고 내 몸이 살아난 것을
스스로에게 숨기면서 살살 천천히 일어난다
아직 살아보지 못한 오늘이 시작되는 첫새벽을 시작으로
일상에 새로움으로 두근두근 거리며 침대 밑으로 팔보다 가느다란 다리를 내려 세상을 딛는다
첫봄
나의 기억 속에 한편에 자리하고 있던
오랜 기억 속에 처음 먹어본 음식에서 느끼는 신기한 경험치는 우리에게 따뜻한 기억을 선물하고 지친
내일상에 그리움 한 끼로 떠오르면서 잊었던 일들
잊었던 사람들을 끌어내고 현실의 아픈 나에게는
기분 좋은 한 끼로 치유되는 좋은 음식이 되기도 한다
매일 끼니때만 되면 모든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무슨 음식이 맛있었는지 기억 속에 잊혔던
음식들을 나열해놓고 그날그날 순서대로 꺼내먹는다
매일 매 끼니마다 새로운 음식을 탐닉하는 사람은 호기심 가득한 사람일 것 같고
지난시절의 잃어버린 한 끼를 추억해내고 찾아
먹는 사람은 감성적인 사람일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내 하루의 시작은 어떤 기억에서
꺼낸 식사가 될까
사람들마다 모두가 다른 기억 속의 음식을 꺼내먹겠지만
계절이 바뀌는 이 시절의 음식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밥티스트의 봄 밥
밥으로 소통하는 밥티스트 박소진의 춘삼월 봄 식탁의
밥은 아마도 쑥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신의 잃어버린 한 끼는 안녕하신가요
환자식으로 쑥
쑥은 신장 환자들에게는 좋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 봄을
느끼고 싶다면 손질을 잘해서 조금은 드셔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전처리
항상 기억하세요 (포타슘 제거 )
어린 쑥은 삶아서 찬물에 4시간 담가 둔 다음 조리
재료
도다리 1마리
쑥 200 그램
무 100그램
양파 반개
대파 반대
양념
된장 100 그램
간 마늘 1큰술
설탕 1작은술
물 800 미리
청주 1큰술
만들기
1 무를 썰어 물에 넣고 팔팔 끓인다
2 양념을 풀고 손질한 도다리와 청주 1큰술 넣는다
3 양파 대파 간 마늘 넣고 한소끔 끓여준다
4 마지막에 손질한 쑥을 올려준다 ( 환자식은 전 처리한 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