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과 내가 상관이 있을까?

by 모모씨

의사 파업이 계속되던 시기였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여겨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의사들은 왜 그런대? 정부랑 빨리 타협하든지. 우리 가족이 지금 아무도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네. 그러니 상관없어. 같은 안일한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피해를 입는 사람이 우리 가족이 되어버렸다.


17일 밤.

저녁에 계란 흰자 두 개와 단백질 쉐이크를 먹었다. 살을 빼려는 건 아니고 빠르게 그냥 대충 끼니를 때우려는 의도였다. 적당히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이상했다. 한창 다이어트를 할 때처럼 제대로 무언가를 안 먹었을 때 나타나는 몸의 증상과 같았다. 운동을 하다가 눈앞이 어지러웠다. 영상 속 선생님은 계속해서 운동을 하고 있지만 나는 누워서 가만히 눈을 감아 호흡을 했다. 곧 다시 몸에 저릿한 느낌이 사라졌고, 다시 계속해서 운동을 했다. 씻고 나왔는데도 몸이 여전히 좋지 않았다. 빨리 잠을 청하려고 노력했다. 열흘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면서, 또 무언가는 느리게 진행되길 바라는 생각을 가지며.


이틀이 지났다.

열흘을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다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엄마와 아빠는 다시 저녁 식사 후 밖으로 걸으러 나가고, 나와 동생 둘 다 평소와 똑같이 생활하고 있다. 다만, 가끔씩 찾아오는 불안감에 인터넷의 글들을 읽어보곤 한다. 입원해서 검사를 하면 3일에서 5일 정도가 걸린다던데. 생각보다 긴 입원 기간이다. 왜 하루 이틀 만에 검사하는 건 불가능할까? 검사 절차도, 방법도 아무것도 모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묵묵히 조용히 아빠에게 불안감을 심어주지 않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삼 일째. 20일.

엄마가 피검사만 다시 한번 받아보자고 아빠에게 제안을 했다. 당시 처음 간 지역병원에서 검사했을 때는 콜레스테롤 약을 먹고 있던 때라 지금 다시 검사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라든지 무언가가 다르게 나올까 해서. 콜레스테롤 약을 끊은 지 일주일째였다. 집 근처 내과 두 군데에 전화를 했더니 피검사 결과는 당일에 나오지 않는다고 조금 더 큰 병원에 가면 당일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거라 말해주었다. 처음 갔던 2차 병원에 다시 전화를 걸었고, 엄마에게 1시에 진료 마감이며 12시까지 와야 결과를 볼 수 있다는 통화 내용을 전달해 주었다. 11시 30분이었다. 2차 병원으로 엄마와 아빠가 출발했다. 오후 1시 반쯤 엄마가 뜬금없이 아빠 지인이 이사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내가 답장으로 이게 뭐냐고 묻자, 엄마는 ‘이삿짐’이라는 답장을 보냈다. 질문에 대한 정말 정직한 대답뿐이어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오늘 검사를 하지 못했다는 답이 들려왔다. 일주일 전과 검사 결과는 그다지 차이가 없을 거라고.


다음 날 아침.

대서사시 SF 꿈을 꾸었다. 9시간을 넘게 잤다. 이건 무조건 영화로 만들어야 해! 하면서 잠에서 깼지만 깨고 나니 내용이 흐릿해졌다. 엄마는 어딘가를 가기 위해 바쁘게 준비하고 있었고, 아빠는 밖에 먼저 나가 있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어디 가냐고 묻자, 산책하러 간다고 했다. 요즘 주말에는 무조건 산책이었다. 산책하러 나가서 걷고, 사람들을 만나고, 건강한 음식으로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부모님이었다. 갑자기 엄마가 아빠가 다시 우울해졌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어제 찾아갔던 병원 의사와의 대화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때 얘기를 나눴던 의사는 없었고, 다른 의사가 있었는데 그 의사는 검사를 하지 못하면 못 한다고 말을 하면 되지, 거기다가 굳이 부정적인 말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전해 듣기로). 약을 중단했다고 검사 결과가 일주일 안에는 바뀌지 않는다고. 암이 아닐 거라는 조금의 희망을 갖고 싶어 검사를 하고 싶겠지만, 할 필요가 없다고. 이 정도면 암이 거의 확실하다고.

의사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냐며 엄마가 툴툴거렸다. 하지만 사실은 나도 의사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에게 같이 의사 욕을 해주지는 못했다. 그냥 ‘응..’ 정도의 반응성 대답만을 할 뿐이었다. 암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우울증도 같이 온다는 말과 함께, 그럼에도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이 이어졌다. 엄마와 아빠 앞에서는 나도 조금 덜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겠지. 그렇게 또 한 번 생각했다.


엄마가 나간 후에, 세탁기 빨래를 건조기에 집어넣고 있었다.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큰 개들의 소리인 것 같다. 개싸움이 났나 보다. 베란다 밖의 내 휴대폰의 벨 소리가 들린다. 전화가 걸려 왔다. 혹시 아빠가 물린 거 아냐? 간암 검사를 앞둔 50대 남성, 집 앞에서 개에게 물려…. 뉴스의 헤드 기사가 생각이 난다. 나도 개를 키우지만 이건 용서 못 해. 근데 왜 나한테 전화를? 사고가 났으면 119에 먼저 신고했겠지. 하며 베란다를 빠져나왔다. 식탁 위 휴대폰을 보니 역시 엄마였다.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가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조금 더 크게 외치자, 그제야 엄마의 대답이 들려왔다. 첫 문장의 톤과 억양을 듣고 무슨 말을 할지 예측해 본다. 평소와 같은 엄마의 단조로운 목소리가 들리자, 나의 상상 속 개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아빠 방에 있는 담배와 라이터를 들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갔다. 담배와 라이터를 건네받은 엄마는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아빠는 언제쯤 담배를 끊을 수 있을까.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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