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당선과 생일 파티, 그리고 간암 3기

by 모모씨

4월 29일.

의외로 남은 날들은 금방 지나갔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어제 아침, 엄마와 아빠는 서울로 향했고, 나는 집에서 평소와 같은 시간을 보냈다. 입원한 다음 날인 오늘은 친구들이 내 생일 기념 만남을 약속한 날이었다. 오후에 엄마가 슬리퍼를 하나 가져와달라는 부탁을 해서 슬리퍼 하나를 비닐봉지에 담아 분홍색 에코백에 넣어 서울행 버스에 올라탔다. 고속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보다가 2월 말에 지원한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의 결과가 뜬 것을 확인했다.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본선 진출 후보 58편에 내가 쓴 글의 제목이 보였다. 다시 공고를 찬찬히 읽어보았다. 본선에서 또 한 번 추려 최종 20명의 시나리오 작가에게는 상금을 준다고 쓰여있었다. 1등의 상금 금액을 확인한 나는 혹시라도 설레발을 치면 부정이라도 탈까 봐, 당선이 되면 그때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고속버스에서 내렸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또 버스를 타고 아산병원 후문 정류장 앞에 도착했다. 후문 앞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후문에 있는 다수의 아저씨들이 병원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하나같이 외쳤다.

"약국!"

마치 공항 앞, 택시를 타기 위한 사람들을 꼬시는 외국 택시 기사들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병실 쪽으로 가는 건 보호자 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후문에서 엄마를 만난 후, 다시 정문으로 들어가서 지하 카페로 내려갔다. 그때 아빠는 조직검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조직을 떼어내었기 때문에 수술 부위를 무언가로 막고 있다고 엄마에게 전해 들었다. 오후 5시 이후부터 거동이 가능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아빠를 만나고 갈 수 있으려나 생각했다. 베이커리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를 하나 사 먹으며 아빠를 기다렸다. 5시에 엄마가 병실로 올라갔고, 곧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 다시 또 엑스레이를 찍으러 이동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케이크를 먹고 책을 읽으며 마치 이 병원에 온 환자의 가족처럼은 절대 보이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계속해서 기다렸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고, 다시 지하로 내려온 엄마는 나에게 아빠가 간암 3기가 의심된다고 말해주었다. 그 사이 의사를 만난 것인지 이곳저곳에 엄마가 전화로 아빠의 소식을 전했다. 엄마는 카페에서 빵 두 개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아빠가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더 이상 병원에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던 나는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서울은 가까운 장소도 한참 가는 느낌이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가는 동안 ‘간암 3기’로 검색해서 나오는 글들을 질리도록 읽었다. 암이란 것은 또 사람마다 크기와 모양이 다 제각각이다 보니 아빠의 경우를 대입해서 예측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검사가 다 끝나지 않아 정확히 어떤 것이고,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암을 발견했을 때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절제이고, 그다음은 다른 치료들이었다. 아빠의 암이 깔끔하게, 수술하기 쉽게 한 덩어리로 있어서 정확하게 제거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쯤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어디서 오냐는 친구의 물음에 아산병원에서 왔다고 말하지 못한 난 대충 둘러대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비싼 샤브샤브를 먹고, 술집에서 칵테일을 마실수록 마음 한편이 점점 무거워졌다. 친구들과의 대화에 잘 집중이 되지 않고,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친구들이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친구들과의 약속은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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