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아침.
아빠가 샤워를 하려고 주방 쪽에서 엄마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아빠의 오른쪽 가슴 밑으로 구멍이 두 개가 생겨났다. 조직 검사를 두 번 한 흔적인 것이다. 최근 생긴 구멍은 아직 물이 닿으면 안 되어서 방수 밴드를 붙이고, 그 위에 랩을 씌워 다시 테이프로 물이 들어갈 틈도 보이지 않게 단단히 붙였다. 그런 흉터들을 보니 괜히 내 허벅지가 우글거리며 저리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이들의 피를 볼 때 항상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아빠의 상처를 보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조직 검사 결과는 늦게 나오는지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고, 그다음 주에는 항암 주사를 맞으러 갈 예정이다. 그때 동안은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간암 의심 판단을 받고 거의 한 달 만에 항암 주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첫 번째 했던 조직 검사가 제대로 나왔다면 더 일찍 항암 주사를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걱정되지만 역시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저녁 전, 엄마와 장을 보러 마트로 향했다. 간암 환자에게 좋은 음식은 무엇인지, 좋지 않은 음식은 무엇인지, 절대 먹으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이 필요했다. 질 좋은 고기를 사고, 채소들 몇 개와 생전 사본 적 없던 마도 사보았다. 긴 영수증 출력과 함께 장 보기를 끝마쳤다. 빠르게 집에 와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물론 음식을 만드는 건 거의 엄마가 했지만. 애호박볶음을 하는데 불을 너무 세게 하는 바람에 애호박 몇 조각이 아주 조금 타버렸다. 그런 것들은 그냥 내가 먹어버리고 멀쩡한 것들만 식탁 위에 두었다. 내 간아. 파이팅.
아빠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 것 같다.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식사를 마친 아빠는 엄마에게 담배의 위치를 물었다. 몇 번 말려보았지만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담배 하나를 주었다. 그래도 예전에 하루 한 갑을 피웠다면 오늘은 네 개비로 줄었다고 한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금연을 하는 고통을 모르는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5월 6일.
아빠가 다시 담배를 끊는다고 선언했다. 몇 개비 들어있는 담뱃갑이 휴지통으로 버려졌다.
아빠의 소식을 들은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계속 걸려오는 탓에 아빠의 휴대폰이 쉴 틈이 없다. 하지만 아빠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왜 그런지 알 것 같은 마음이다. 대신 엄마의 번호를 아는 사람들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의 소식을 묻는다.
엄마 말로는 아빠가 계속 기운이 없다고 말한다. 단순히 육체적인 기운을 뜻하는 게 아닌 정신적인 기운을 말하는 것이다. 대답도 잘 안 하고, 넋이 나가있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아직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혹시 모르는 그 작은 희망에 아빠는 기대고 싶은 것이다. 나도 그 적은 가능성에 희망을 가져보고 싶지만 의사도 간암이라고 판단한 상황에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요즘이다.
5월 8일.
아빠는 엄마 카드 하나를 가지고 있다. 엄마 휴대폰으로 알림 하나가 왔다. 담배 구입 알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