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며칠 전, 우연히 잡화점에 들렀다가 어버이날 선물 소품을 발견했다. 동생이랑 같이 간 김에 엄마아빠께 무엇을 줄지 함께 고민했다. 여러 가지 소품들이 많았다. 원래 이렇게 다들 챙기고 있었나. 사실 어버이날을 따로 크게 챙긴 적은 없어 어색하면서도, 깜짝 놀라게 할 생각을 하니 괜스레 마음이 들떴다. 비누로 만든 카네이션 옆, 편지를 꺼내면 현금이 주르륵 나오는 소품이 제일 눈에 띄었다. 빨간색 카네이션을 살지, 핑크색 카네이션을 살지 고민하다 핑크색으로 정했다. 한 박스에 50만 원의 현금을 넣을 수 있는 카네이션 박스였어서, 한 개를 살까 두 개를 살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재정 상 100만 원은 무리라, 한 개만 구입했다. 엄마랑 아빠가 같이 열어보면 되겠지 뭐.
뭘 하고 있었더라. 아, 아빠에게 아이패드를 건넸을 때다. 원래 저녁 이후에는 아빠는 본인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 편이다. 엄마가 산에 오르내릴 때 등산 스틱을 들면 팔 운동도 될 것 같다고 말하며, 등산 스틱을 사야겠다고 해서 내가 아이패드로 등산 스틱 판매 페이지를 열어서 아빠에게 전했을 때. 지금이다! 덕분에 엄마도 아빠 방 침대에 잠시 앉아있었고, 기회는 이때다. 가방에 숨겨놨던 작고 큰 카네이션 박스를 꺼내왔다. 그리고 동생과 함께 엄마와 아빠에게 박스를 건넸다. 어버이날에 정식(?) 선물은 처음이라 기뻐하는 엄마와 무덤덤한 아빠. 엄마가 박스 겉을 보고 있는 터라 현금이 돌돌 말려있는 비밀의 카드는 아빠가 꺼냈다. “이거 가짜 돈이잖아.” 아뿔싸. 평소에 하도 선물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님 딸과 아들의 금전적인 상태로는 진짜 돈이라고 절대 예상을 안 돼서인지. 아빠는 가짜 돈이라고 생각이 들었나 보다. 아빠가 감흥 없이 돈을 쭉쭉 뽑는데 엄마가 끊임없이 나오는 돈 봉투를 보고 진짜 돈이라고 말했다. 휴. 다행이다. 그렇게 작은 서프라이즈 선물 이벤트가 끝나고 아빠는 본인은 돈 쓸 일이 없으니 엄마에게 전부 넘긴다고 말했다. 엄마는 기뻐하며 이모들이 있는 단체 톡 방에다가 사진을 찍어 자랑을 했다. 내 지갑에 있는 돈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무언가 채워진 기분을 아주 살짝 느끼며. 내년에 다시 돌아올 어버이날을 위한 자금을 준비해야 되겠다.
5월 9일.
문득 쓸데없이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사소한 것에 트집 잡던 습관도, 굳이 싸우는 데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커피를 사들고 엄마 사무실로 가서 엄마와 아빠에게 커피를 전달했다. 내일은 2차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오후 1시 30분에 엄마한테 전화가 올 예정이다. 나는 오후에 서울로 갔다가 밤에 집으로 들어가는 일정이라 아마 전화로 소식을 듣게 되겠지. 엄마와 아빠는 여느 때처럼 똑같은 저녁을 보내게 될까? 알 수 없다. 그저 평온한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밤 산책을 나간 엄마가 금방 다시 돌아왔다. 내일 최종 결과가 나온다는 것 때문인지 아빠가 다시 담배를 찾는다는 말을 하며, 집에 숨겨놨던 담배 하나를 들고 다시 나갔다. 정말 끝나지 않는 기다림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