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13:30
전화가 온다는 시간이 되어도 전화는 올 생각을 않는다. 답답한 엄마가 먼저 병원 측에 전화하니 외래진료 후 5시 이후에 전화가 갈 거라는 답변이 왔다. 계속해서 바뀌는 병원의 입장에도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답을 알 것 같지만 그래도 긴장되는 마음은 여전하다.
17:30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간암이래. 짧고 명확한 답변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예측한 답변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쩌면 나도 작게나마 희망을 품고 있었나 보다. 그래도 여전히 전이는 없다는 긍정적인 말과 함께 주사 항암을 하면 좋아질 거라는 약간의 막연한 말. 월요일 10시에 항암 주사를 맞기로 하고 마무리가 되었다. 서울에서의 일정 전, 허기가 져 허겁지겁 밥을 먹고 막 카페로 들어왔을 때였다. 먹은 밥이 소화되지 않은 채 위에서 불어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5월 13일.
아빠의 첫 항암 치료일의 시작이다. 병원 일정은 10시인데 피검사를 같이 하다 보니, 금식을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병원에서는 따로 금식을 하란 말이 없어, 필수는 아닌 것 같지만 피검사가 있어 조금 신경 쓰이긴 한다.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 글을 썼다. 금식에 관한 것을 쓰다가 문득 왜 색전술을 하지 않고, 항암 주사로 넘어갔는지 궁금해져 같이 질문을 남겼다. 친절한 카페 사람들이 댓글을 남겨주기 시작했다. 식사는 해도 된다는 댓글들이 보인다. 하지만 색전술에 관한 것은 어쨌든 담당 의사에게 물어봐야 정확한 답을 알 수 있는 질문이었다.
이른 아침 7시가 막 넘은 시간, 엄마와 아빠는 차를 타고 아산병원으로 향했다. 항암 치료도 보호자는 한 명만 출입이 가능해 나는 따라가지 못했다. 두 가지 종류의 주사를 각각 한 시간씩 맞아야 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늦춰진 조직 검사 결과로 인해 최대한 빠르게 항암 치료 일정을 잡다 보니 담당 의사와는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조직 검사 후 열흘 동안 몸속의 암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음 항암 치료 날인 3주 후에나 의사를 만나 진행 상황을 들을 수 있다. 3주 동안 항암 주사가 효과가 있길 바랄 뿐이다.
아빠는 조금, 어쩌면 많이 예민해졌다. 나에게 짜증을 내지는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나도 최대한 아빠가 스트레스받지 않게끔 행동할 뿐이다. 평소와 비슷한 톤을 유지하고, 아빠에게 최소한의 말을 거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에게는 짜증을 많이 내며 왔다는 말을 들었다. 아무래도 제일 가까운, 어쩌면 의지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짜증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아빠에게 항암주사 과정이 어땠는지, 지금 기분은 어떤지, 상태가 괜찮은지 등의 궁금증들은 뒤로하고, 가만히 앉아 엄마에게 몇 가지 말들을 전해 듣기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