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주사를 맞고 난 후에는 몸의 변화에 예민해져야 한다. 특히 주변 사람들이 잘 봐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열이 나면 안 된다는 것인데, 열이 심해지기 전에 병원에서 처방받은 해열제를 먹어야 한다. 항암 주사를 맞고 온 다음날 이른 아침, 아빠가 열이 좀 있어서 엄마가 약을 챙겨줬다. 그리고 엄마는 나가는 길에 아빠를 잘 보라고 나에게 말한 뒤, 회사로 향했다. 마치 감기 걸린 어린 동생의 누나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아빠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아빠를 지켜보며 지극정성으로 챙겨주는 행동을 하기엔 왠지 어색한 나였다. 다만 아빠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가는 길에 아빠의 행동을 쓱 보고, 컨디션이 괜찮을지 느낌으로 파악하는 정도였다. 그사이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엔 직접적으로 아빠의 열을 재보라는 미션이 날아왔다. 마침 목욕을 끝낸 아빠는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살짝 맞은 참이었다. 나는 체온계를 들고 아빠의 이마에 한 번, 귀 안으로도 한 번 쟀다. 36.8도. 36.7도. 두 번 다 정상 수치였다. 엄마에게 결과 보고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결괏값을 말하며, 방금 목욕을 끝냈고 바람을 맞은 터라 체온이 조금 내려갔을 수 있다는 점을 전해주었다.
며칠이 지났다. 아빠는 집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매일 나가던 산책도 이젠 힘든지 누워만 있다. 엄마는 아빠의 근육이 다 빠질까 봐 걱정이다. 아빠는 여전히 간헐적으로 열이 좀 높은 편이다. 처음에는 해열제가 혹여나 항암에 영향이 갈까 생각했는지 해열제를 먹지 않으려 해서 꽤 곤욕스러웠다. 하지만 해열제를 먹어도 된다는 병원 간호사의 말을 들은 엄마가 설득하니 그제야 드디어 해열제를 먹기 시작했다. 항암 주사로 인해 부작용이 생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에 항상 주의하며 아빠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중이다. 열이 많으면 몸이 힘들기에 누워있는 시간이 조금 길어지고, 목소리에 기운이 없는 아빠이지만, 식사는 꽤 나쁘지 않게 잘 챙겨 먹고 있어서 그것은 참 희망적이라 볼 수 있겠다. 항암 1차 때가 유독 아픈 사람이 있고, 계속해서 아픈 사람도 있고 다양하다는데, 아빠도 1차 때만 조금 아픈 경우면 좋겠다.
막연하게 ‘항암’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병실에서 매 순간 링거를 맞으며 누워있는 머리가 다 빠진 환자의 모습만 단편적으로 생각이 날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병원에서 주사 항암 치료 후에 다시 차를 타고 돌아와 방 안에서 누워 쉬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두 이미지의 동일한 점이 있다면 암과 싸우는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엄마에게서 답을 얻었다. 병원 후문 앞에서 약국을 외치며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 말이다. 병원외부에는 약국이 굉장히 많이 있는데, 병원에서 나온 환자들(혹은 보호자)을 자신들(혹은 자신이 일하는)의 약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약국을 외치는 것이다. 그리고 무료로 약국까지 차를 태워주는 서비스도 해준다. 게다가 돌아갈 때 지하철로 가고 싶다면 지하철역까지도 태워준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약국을 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으니 그런 모습이 펼쳐지기도 하는구나.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