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리고 다시 봄
메마른 겨울나무에는 하얗게 눈만 쌓였더랬다.
꽃도, 잎도 남지 않은 나무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나무의 봄과 여름이 얼마나 화려했는지..
무슨 색 꽃이 피었었는지..
어떤 새들이 앉아 날개를 쉬어 갔는지..
길고도 춥던 겨울이 가고
따스한 훈풍이 불어오던 날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나뭇가지엔
눈 녹은 물이 살금살금 차 올랐고
보드랍고 연한 것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하얗고 환한 목련꽃이
세상을 방긋방긋 반겼다.
사람들은 볼품없던 나무를 보며
봄을 노래했다.
겨우내 메마르고 움츠렸던 가지에서
삐죽삐죽 새순이, 봄꽃이 얼굴을 내밀고
세상을 온통 꽃천지로 물들이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삶의 모진 풍파를 겪은
80대 농부의 주름진 손등처럼
거뭇하고 거친 나뭇가지의 어느 수맥 안에
저 보드랍고 어여쁜 것들이 숨어 있었을까.
돌고 도는 세상사를 생각하면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것 또한
별스러울 것도 없는 당연지사지만
단단한 땅을 밀어 올리고 피어난 제비꽃을
뻣뻣한 나뭇가지를 뚫고 움튼
연하디 연한 새싹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세상엔 온통,
마법 아닌 일이 없다.
길고도 추운 겨울을 견디는 나무에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온 세상 모든 가능성이 담겨 있다.
춥고 긴 현실을 건너는 우리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