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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동자 Jul 05. 2022

6월 27일 ~ 7월 3일

26주

설거지

6월 27일. 월요일


나는 설거지를 바로바로 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 설거지를 미룬다.


오늘은 아침 토스트 먹은 접시부터

점심 그릇에 저녁 접시까지 쌓아 두었다.

그것도 저녁 먹고 치운 것도 아니고

밤에 홈트까지 마치고 설거지했다.


설거지통에 한가득 담긴 그릇들을 보니

왜 이랬나 싶고

집에 있는 접시란 접시는 다 나와있는 것 같다.


요즘 살이 좀 쪘는데

이런 생활태도도 한몫한 거다.




여름 홈트

6월 28일. 화요일


저녁을 먹고 좋아하는 세계 테마 기행을 보며

홈트를 하는 게 나의 저녁 루틴이다.

2년째 거의 매일 이어온 습관인데

올해는 그게 좀 버겁다.


작년에도 더워지면서 홈트가 쉽지는 않았지만

한여름에도 선풍기 틀어놓고 잘 버텼는데

올해는 벌써부터 땀도 너무 나고 지친다.


그냥 아들 따라 에어컨 빵빵한 체육관 가서

러닝머신을 뛰어야 할까?




가족동반...

6월 29일. 수요일


뉴스를 잘 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OO양 실종사건이 크게 뜬다.

아동 유괴사건이라고 생각해서 자세히 보니

일가족 실종사건이라고 한다.


일가족이 탄 차가 바닷속에서 발견됐다는데

아무래도 가족이 함께 동반으로 나쁜 일을 한 것 같다.


어린 자녀와 함께 이런 일이 생기면

늘 나오는 말이 있다.

자식이 부모 소유냐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한편 부모 입장이 돼서

부모가 떠난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이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뉴스에서 자영업자, 폐업, 코인 투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코인이나 주식 등 투자 이야기를 하면

일확천금을 노린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성실한 삶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빈부격차가

사람들을 벼랑으로 모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하루가 다르게 경제가 나빠진다는 소식뿐인 요즘

이런 일이 이제 겨우 시작일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든다.




사탕이 필요해

6월 30일. 목요일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서 산책을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으로 먹을 순대와 떡볶이를 샀다.

오래간만에 떡볶이와 순대를 먹을 생각에 신나게 집에 돌아오는 길,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고 발이 무거워진다.


사실 오늘 밤을 새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에너지 음료와 커피로 버티고 있었는데

갑자기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이다.


결국은 집을 코 앞에 두고 눈앞에 보이는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다.

조금 쉬고 다시 기운을 차린 후 겨우 집에 올 수 있었다.


길에서 너무 기운이 떨어져 힘들 떼 든 생각 하나.

사탕 하나 있었으면 먹고 괜찮아졌을 텐데.

소위 '당이 떨어졌다'라고 느낄 때 필요한 사탕 한 개.

어르신들이 가방이나 주머니에 괜히 사탕을 챙겨 다니는 게 아닌 거다.

나도 이제 사탕이 필요한 나이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

7월 1일. 금요일


"해가 중천에 떴는데 자냐? "


내가 어렸을 때 많이 들은 말이다.

아침잠이 많았던 내가 늦잠을 잘 때마다

엄마가 하던 잔소리다.


그런데 이 말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아들이

밤새 딴짓을 하다 대낮에 일어난다.


요즘 대학생들은 방학이라도

알바에 스펙 쌓기, 거기다 시간 쪼개 노느라고

더 바쁘다는데.

아들은 요즘 학생이 아닌 거 같다.


방학이라고 진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는 아들이

기가 차지만

그 핑계로 같이 늦잠을 자는 나도 어이가 없다.


잠도 전염이 되나 보다.

아니면 유전인가?




엄마의 노화

7월 3일. 토요일


서울에 다녀왔다.

볼 일이 있어서 올라간 탓에

엄마는 밖에서 잠깐 만나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지난 2년에 비해 자주 만난 덕에

그냥 일상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엄마가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깜짝 놀랐다.


엄마는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애를 썼다는 이야기를 신나서 했다.

그리고 자신의 부탁을 쉽게 들어주지 않은

요즘 아이들을 살짝 괘씸해했다.


그런데 정황상 그 아이들이 오히려

이상한 할머니를 만났다고 이야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게 맞는 말이다.


솔직히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큰 문제를 일으킬만한 일은 아니고

그저 살짝 민폐, 심하게 말하면 조금 진상스러운 행동이었다.

우리 사회분위기상 나이 많은 어르신이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문제를 삼자고 들면 꽤나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다.


내가 그건 아니라고 다시는 그러시지 말라고 언성을 높이면 말했지만

늘 그렇듯 새겨들으시는 것 같지는 않다.

나이를 의식해 너무 위축되는 엄마도 싫지만

자신의 능력과 판단을 과신하고 직진만 하는 엄마가

점점 불안하다.


어느 날 운이 나빠 크게 낭패라도 경험하면

갑자기 크게 낙담해서 건강을 해칠까 걱정스럽다.




고장 난 에어컨

7월 3일. 일요일


비가 오락가락 하니 날씨가 더 덥다.

습기가 더 하니 오히려 더 견디기가 어렵다.

에어컨을 트니 실내온도가 34도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가 싶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바람이 나오는 곳에 손을 대보니 뜨거운 바람만 나온다.

실외기를 보니 돌아가지 않는다.


몇 번을 껐다 켜봐도 작동을 안 한다.

결국 A/S 신청을 했다.

여름이라 그런지 다음 주 목요일에나 수리 기사님이 올 수 있단다.


내일부터 태풍이 온다는 데

그 덕에 조금 시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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