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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동자 Jul 15. 2022

7월 4일 ~ 7월 10일

27주

숙취

7월 4일. 월요일


새벽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잠에서 깼다.

숙취 때문이다.

어제저녁 먹을 때 오래간만에 기분 좋게

화이트 와인을 마신 게 시작이다.

밤에 영화 한 편 보면서 맥주 한 캔을 마실 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러이 남은 와인을 다 마시고

매실주까지 꺼낸 게 문제였다.


그 덕에 결국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오후까지 침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온다는 태풍도 안 오고 찌는 더위에

에어컨도 못 틀고 숙취까지.


다음부터는 절대 과도한 음주는 안 하겠다 다짐하지만

과연 그게 될까?




에어컨 수리(1)

7월 5일. 화요일


푹푹 찌는 더위에 에어컨은 고장이고

가만히 앉아 있기도 숨이 막힌다.


삼시 세끼 밥 해 먹기도 죽을 지경인데

이른 저녁을 먹고 막 설거지를 마쳤는데

모른 번호로 전화가 온다.

에어컨 서비스 기사님이다.

목요일에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반가운 마음으로 기사님을 맞았다.


에어컨 고장의 원인은 실외기

무슨 전자기판에 문제가 생긴 거란다.

부품이 없어 오늘 당장 수리는 안 되고

결국 목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당장 에어컨을 못 고친 것도 억울한데

수리비가 무려 20여만 원이 들어간다고 하니

가뜩이나 더위에 절어 있는데 화가 난다.


에어컨 새로 산지 겨우 3년

이사한 것도 아니고 설치한 자리 그대로인데

갑자기 그런 큰 고장이면 원래 문제 있는 거 아닌가?


전기세 아깝다고 별로 많이 틀지도 않은 에어컨인데

무슨 고장이 그리 크게 난 건지.

그깟 전기값 아낀다고 벌벌 떤 내가 너무 우습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실컷 틀기라도 하고 고장이 났으면 덜 억울하지.


이번에 고치면 그냥 막 펑펑 틀 거다.

아껴 써봐야 어차피 고장 나면 큰돈 나가는데 뭐.

그리고 내가 다시 L사 제품을 사나 봐라.

내 평생 이리 고장 금방 나는 전자제품은 처음이다.


 



장비 빨

7월 6일. 수요일


내 취미는 뜨개질이다.

원래는 딱히 취미랄 게 없었는데 몇 년 전부터

뜨개질에 취미를 붙였다.


처음에는 대바늘로 시작했는데

요즘엔 코바늘을 주로 한다,

얼마 전에 손가방도 여러 개 뜨고

요즘은 블랭킷과 식탁보 뜨기 장기 작업 중이다.


처음 다이소 털실이 예뻐서 시작한 뜨개질이라

그동안 다이소에서 산 실과 바늘들을 이용했다.

그리고 바늘에 큰 차이가 있을 거라고도

다양한 종류가 있을 거라고도 생각을 전혀 못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거 같다.

나는 한 개에 천 원짜리 바늘을 사서 쓰는데

뜨개 유튜버들이 쓰는 바늘을 찾아보니

수입산에 한 개에 기본 만원이 넘는다.


처음엔 서툰 목수가 장비 탁 한다고 넘겼는데

알수록 그게 아닌 거 같다.

그리고 뜨개질하다 자구 실이 걸리고

심지어 작업이 더딘 것도 다 뜨개바늘이

나빠서인 것 만 같다.


그동안 잘 썼으니 장비 탓하지 말자 고민 고민했는데

한번 좋은 장비가 눈에 들어오니 내 바늘들이 영 못마땅해 죽겠다.

탐나는 바늘 세트를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매일 들여다 보며 살까 말까 고민한다.

인간이란 게 참 아는 게 병이다.




에어컨 수리(2)

7월 7일. 목요일


드디어 에어컨 수리를 했다.

실내 온도가 34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

망가진 에어컨과 20만 원 넘는 수리 견적 때문에

연락하는 사람마다 불평을 토로했다.


그런데 막상 에어컨을 수리하고

시원해진 거실에 앉아 있자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억울하기만 했던 수리비까지 잊게 된다.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한 동물이다.



리콜

7월 8일. 금요일


얼마 전에 갑자기 리콜 문자가 왔다.

작년에 구입한 홍차에 문제가 있어 리콜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상품 리콜도 처음인 데다

작년에 산 제품이고, 게다가 식품이라 이미 꽤 먹었는데

리콜이라니 좀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제품에 식약처 기준보다 높은 중금속이 들어 있어서

리콜명령을 받았다는 게 충격이다.

난 그동안 차를 마신 게 아니라 중금속 물을 마신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차를 좋아해서 홍차며 허브티며 종류별로 회사별로 골고루 사놓는다.

특히 이번에 리콜명령을 받은 제품은 내가 참 좋아해서

가장 많이 마시던 차인데 너무 속상하다.



공짜 치킨 쿠폰

7월 9일. 토요일


아들이 응모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치킨과 콜라 쿠폰을 받았다.

토요일 오후 치킨과 콜라는 정말 가격을 뛰어넘는 행복한 선물이다.

어제 치킨을 먹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쿠폰으로 받은 치킨이 평소에 사 먹지 않던 브랜드라

부랴부랴 집 근처 지점을 찾았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포장 주문하고 찾아왔다.


이런 폭염에도 불평 없이 치킨을 찾아온 아들이 그런다.

"날이 너무 더워서 치킨 식을 걱정은 없어요."

평소 같으면 더위가 원망스러울 텐데

치킨 앞에선 더위도 장점이 된다.


그깟 치킨 하나 일수도 있지만

토요일 오후 무료 치킨 쿠폰이

작지만 큰 행복을 준다.


덤으로 근래 먹어본 가장 고소하고 바삭한

맛있는 치킨이었다,



컴퓨터 고장

7월 10일. 일요일


덥고 습하고 불쾌지수 가득인 날씨지만

수리한 에어컨 덕분에

시원하고 여유롭게 일요일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컴퓨터를 켜 놓고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팍' 굉음과 함께

순간 빨간 불꽃이 번쩍 하더니

모니터가 꺼진다.


너무 놀라서 둘러보니 모니터, 컴퓨터에 선풍기, 스탠드 불까지

모든 전자 제품이 다 꺼졌다.

여름이라 전기과다 사용으로 정전이 됐나 했다.

그런데 웬걸 아들 방은 괜찮단다.


원인은 내 컴퓨터가 터지면서

내 방 차단기가 내려간 거다.


산 지 두 달 밖에 산 된 컴퓨터인데

구입처에 전화를 해 보니 과전압인 것 같다고

가지고 오라 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산 지 20년이 다 돼가는

여름이라 더 많이 쑤셔 넣고 더 많이 열고 닫는

냉장고는 끄덕 없이 잘 버티고 있는데.


정작 구입한 지 3년밖에 안된 에어컨이 고장 나고

그걸 고치자마자 두 달된 컴퓨터가 터지고.


이것도 다

더위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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