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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동자 Jul 20. 2022

7월 11일 ~ 7월 17일

28주

버스 고장(?)

7월 11일. 월요일


고장 난 컴퓨터를 들고 서울로 갔다.

시외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내내

골아떨어져서 잤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휴게소에 들른다.


버스로 채 2시간이 안 되는 서울 상경길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기사님이 화장실이 급하신가 보다 했다.


그런데 10분의 휴게 시간을 정해 주시면서

기사님이 버스 점검 때문이라고 하신다.

버스 점검?

오는 내내 버스가 심하게 덜컹거린다 싶었는데

어디 고장이라도 났나?

여러 생각이 들었다.


10분 후 별문제 없이 출발하기에

별일 아닌가 보다 안심했는데

서울 가는 길에 기사님 전화 통화 내용이 심상치 않다.

얼핏 들리는 걸로 보아 차량 점검이 필요한 거 같은데

시간이 없어서 뭐 그런 이야기다.


자세히 들리지 않아 정확한 내용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내가 탄 버스가 정말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도 그런 이야기가 들리니

지금까지 쏟아졌던 잠이 싹 달아난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버스 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을 졸였다.


서울에 도착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

같이 올라간 아들은 금시초문이란다

어쩐지 오는 내내 쿨쿨 잘 자더라.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다.




길거리 토스트

7월 12일. 화요일


식빵과 양배추를 사놓고

벼르던 토스트를 해 먹었다.


소위 말하는 길거리 토스트.

채 썬 양배추와 계란, 햄, 치즈가 들어가고

달콤한 잼과, 새콤한 케첩을 바른 따뜻한 토스트가

요 며칠 무척 먹고 싶었다.


지하철역 근처나 대학교 부근  포장마차에서  많이 파는 데

출근길 직장인이나 등굣길 학생들이 아침으로 즐겨 먹는다.

나도 그랬다.

솔직히 고기나 고급 야채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싸구려 햄과 치즈가 들어갔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어떤 고급 토스트나 샌드위치를 먹어도

그때의 그 만족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출근길, 등굣길 철판 위에서 구워지던

그 버터향 고소한 토스트에는

빵 이상의 무엇이 있었던 걸까?


오래간만에 햄치즈 토스트를 해 먹으며

그때의 추억을 소환해보지만

역시 전철역 앞 이모님 손맛이 제일이다.




떡볶이와 순대

7월 13일. 수요일


여름이라 그런지 입맛도 좀 떨어지고

더워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하는 것도 귀찮다.

그래서 점심에는 라면에 법 말아먹고

저녁에는 떡볶이와 순대를 먹었다.


떡볶이와 순대는 뭐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라면처럼 언제 먹어도 좋은

된장찌개 김치찌개 같은

일종의 한국인의 소울푸드 같다.




졸음

7월 14일. 목요일


에어컨을 많이 틀어서인지

몸 컨디션도 들쑥날쑥하다.

그래서인지 밥만 먹으면 졸음이 밀려온다.

한여름에 무슨 식곤증인가 싶을 정도다.


오늘도 아침 먹고 나른해서

잠깐 침대에 기대어 책을 본다는 게

그만 깜박 잠이 들었다.


이렇게 자꾸 잠이 오는 건

체력이 떨어져서인가

아니면 이것도 노화 때문인가?


또는 둘 다?



파마

7월 15일. 금요일


불타는 금요일 오후를 온전히 써서 파마를 했다.

3월에 하고 4달 만이니 이른 감도 있다.


3월 파마가 3년 만의 미용실 방문이라

제일 강력한 시술을 받았지만

쉽게 풀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더라도 전이었으면 충분히 버틸만했는데

이번에는 서둘러 미용실에 갔다.


이유는 다음 주 여름 여행 때문이다.

무려 코로나 이후 3년 만의 여행이다.

해외는 아니고 국내 여행이지만

당일치기로 이웃 도시에 다녀오는 게 아니라

2박 3일 정식 여행이다.


마음만은 첫 유럽 여행을 앞두었을 때처럼 설렌다.

새로운 코로나 변이가 발견되고

재확산 위험이 높다지만

이제는 위드 코로나를 멈추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여행에 대한 설렘이 코로나에 대한 걱정을 뛰어넘으니까.




인터넷 불통

7월 16일. 토요일

     

늦은 오후 저녁 준비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문자 한 통이 왔다.     

내가 사용하는 휴대폰 통신사에서 온 거다.


열어 보니 내가 데이터 사용량이 약정을 크게 초과해서

추가 요금이 많이 나온다는 경고 문자다.     

데이터 사용을 많이 했다고?

 

나 계속 집에 있었는데 와이파이가 아니라 유료 데이터를 썼다고?     

너무 이상해서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니

와이파이 연결이 끊겨 있다.

그럼 내내 모바일 데이터로 유튜브를 본 거였다.


이게 무슨 일인지 싶어 컴퓨터를 확인해보니

인터넷이 불통이다,

심지어 IP TV도 나오지 않는다.     


가장 흔한 처방으로 전원을 껐다 켰다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니 오늘은 토요일, 주말이다.

부랴부랴 고장신고를 하니 주말이라 월요일에나 출장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단다.     


이미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은 요금 경고까지 왔고

오늘, 내일까지 꼼짝없이 인터넷 없는 주말을 보내야 할 판이다.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뭘 해야 할지 막막하고 불안해진다.

평소에 잘 안 보던 TV도 안 나오니 아쉽다,

나 인터넷 없는 주말 잘 보낼 수 있을까?           


 


아날로그 생활

7월 17일. 일요일


어제 오후부터 불통이 된 인터넷 때문에

주말인 오늘은 간간이 보던 TV조차 못 봤다.     

이미 크게 초과해버린 데이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도 인터넷 접속을 못하니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


음악도 스트리밍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음원파일을 틀어 놓고

컴퓨터를 켜고 문서 작업 정도만 가능하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작업능률이 오른다.


컴퓨터 열어 놓고 유튜브 기웃거리지 않으니 집중이 잘 된다.

책도 쑥쑥 읽힌다.      

심지어 어젯밤에 침대에서 스마트폰 들여다보지 않았더니

잠도 금방 들었다.

아침에도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찾지 않았더니

침대에서 금방 털고 일어났다.     


전과 같은 일요일,

인터넷 접속 하나 끊겼을 뿐인데

오래간만에 꽉 찬 하루를 보낸 거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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