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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Aug 17. 2022

단단한 껍질 속 나에게

마음속 굳은살 녹이기

고백하자면 나는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다.

좋은 말로 하면 뚝심이 넘쳐난다.


규칙적으로 주기적으로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자신 있다.
확실하게 한 번 싫어진 사람이라면, 다시 안 본다. 어쩔 수 없이 부딪혀야 하는 사람이라면 풀기보다 차라리 불편한 채로 그냥 둔다.
시행착오를 겪다가 내게 편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면, 그 방법은 절대 다시 쓰지 않는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일관성이 없는 건 참을 수 없다. 이게 맞다고 했다가 어떤 때는 다시 틀리다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다.


최근 직속 팀장이 바뀌면서 겪게 된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상담받을 때의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 왜 그렇게 말하지 못했나, 하는 후회나 자책을 자주 해요. 순간순간 순발력 있는 대처를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요. 그 당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서야 이렇다고 할 순 없잖아요."



아니요~
제 주변에 그때는 그걸 몰랐는데
이제 보니 그렇다고 하는 사람들 많은데요?


띵~


그랬다.

모든 상황에 너무 완벽하고자 했던  내 입을 막고 있는 거였다.


그 상황이 종료되었어도 비슷한 다른 상황이 되었거나 다시 필요해졌을 때 이야기를 다시 할 수 있는 거였다.


며칠쯤은 빼먹어도 된다.

그 사람이 싫었다가도 다시 좋아질 수도 있다.

예전에는 불편했던 방식이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편해질 수도 있다.

상황이나 주어진 정보가 바뀌었다면 말이 바뀔 수도 있다.


너무 단단하면 부러진다고 했다.

비집고 들어올 구석이 있어야 친밀함이 생긴다고 했다.


마음의 굳은살과 관성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거였다.


그게 나를 힘들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고 있는 거였다.


이런 고정관념을 하나씩 깨 보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평소와 다른 선택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나를 쓰담 쓰담해주고 싶다.


지금 내 모습도 꽤 괜찮다고 위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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