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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Dec 10. 2022

사람들은 만나면 왜 나이부터 묻는 걸까

호칭 하나 바꿨을 뿐인데

나는 동안(童顔)이다.

아니, 동안이라고 믿고 싶다.


나이를 듣고 상대가 놀라는 표정을 지을 때 희열을 느낀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누가 그랬니? 이미 여기서부터 나이로 지고 가는 건데.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후배 하나가 운동하다가 인대를 다쳤다기에 걱정돼서 안부를 전했다.


"다리 다쳤다면서. 괜찮은 거?"

"건강해지려고 운동했다가 더 악화됐네요 ㅋㅋㅋㅋ"

"에고 인대 늘어나면 고생인데.. 젊으니까 금방 회복할 거야 ㅋ"

"네 누나 감사합니다 ㅎㅎ"


누나?

정겨운 이 호칭은 뭐지.

일로만 3년가량 알던 후배였기에 항상 회사 직급으로 서로를 부르던 터라 누나라는 호칭이 갑작스러웠다. 근데 이 느낌 나쁘지 않다.


갑자기 급 가까워진 느낌이다. 친한 동생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어른이 돼야 할 것 같다. 덩치는 산 만한데 보기와 다르게 조곤조곤한 아이라 애완 곰처럼 귀여워해주고 싶은 느낌이다.



호칭이 뭐라고.

반대로 생각해보니 내가 주위 사람에게 호칭을 편하게 부르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일로 만났으면 회사 직급으로, 대학원에서 만났으면 원우님으로, 취미로 만났으면 -님으로.  


그렇다. 나는 말을 놓기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나이로) 막내 혹은 (직급상) 아랫사람으로 지내온 시간이 많아서였는지 모른다.



관성 때문일까.

주변에 나보다 어린 후배나 동생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도 그들에게 말을 놓기 어려웠다. 뭔가 친해 보이는 사람들 무리가 부러워 보였으면서도 그게 뭐 때문인지 알지 못했다.


거부감 때문일까.

어떤 음식점에 가면 모든 손님을 "언니, 오빠"라고 부르는 집이 있다. 그저 편한 호칭이라고 하기에는 왜 내가 니 언닌데? 싶었다.


또, 공적인 자리에서 자꾸 형님, 아우 하며 반말에 이름 부르면서 친한 척하며 무리 짓는 사람들이 보기 싫었었다.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정치력을 쓰는 것 같아 꼴 보기 싫었다.




이익과 성과를 위해 만나는 사람보다, 그냥 좋아하는 것이 비슷해서 만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자 주변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굴레 같던 인간관계가 더 재미있어졌다.

힘의 불균형이 항상 존재하던 곳에서 벗어나니 대화가 편해졌다.


회사에서 원래 알던 사람에게도 이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제는 편하게 언니 동생, 오빠 동생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나이로 서열 정하기다. 나이만큼 명쾌한 짝짓기 방법이 또 없다. 지금부터 천천히 원우님들을 언니 오빠로 바꿔볼 생각이다. 동생들에게도 편한 누나 언니가 돼주련다.


서로 편하게 느끼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게 호칭을 바꾸는 일인 것 같다.


그래,
내 나이 얼마든지 물어봐!
누나라고 부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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