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겨울, 같이 김장을 하고 난 다음 날 동생이 열이 오르면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겁니다. 그 자리에 모인 여덟 가구, 23명이 코로나 비상이 걸린 건데요. 코로나 초기였던 터라 다들 공포감이 어마어마했어요.
주말에 김장 모임을 해산하고 월요일에 다들 각자의 직장으로 출근했으니 그 여파가 못해도 몇백 명에게 미쳤지요. 언론에서는 모임을 자제하라는 캠페인이 연일 이어졌었고, 모임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비난 여론도 한창이었으니 왠지 꺼림칙한 느낌까지 있었어요.
아무튼 그 일 이후 저희는 그때 만든 김장김치를 "코로나 김치"라고 불렀고, 이제는 그 김장 사건(?)을 두고두고 추억거리로 회자하고 있습니다.
그 코로나 김치 멤버가 2년 만에 다시 뭉쳤답니다.
9개월 된 아이까지 이제는 24명이 되었어요. 친정집 앞마당을 승용차 9대가 빼곡히 채웠네요. 7차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가 그다지 무섭지는 않습니다. 다들 한 번씩 걸린 데다가(9개월 아이도 걸렸었구요), 두 번 코로나에 걸린 사람도 있으니까요. 뉴스에는 곧 실내 마스크도 해제될 거라고 하고, 백신도 더 이상 맞지 않겠다는 여론도 있는 것 같더군요.코로나는 사라져 가도 우리의 김장 모임은 멈출 수 없돠아!
우리 여덟 가족은요.
저의 엄마를 포함해서 네 명의 이모네와, 이제는 모두 건장한 청년이 되어 새로운 가족을 꾸린 사촌들, 그리고 사촌 동생의 아들까지. 무려 3대가 모인 겁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굉장하네요.
이렇게 사람이 많다 보니, 배추 양도 어마어마합니다. 김장은 양념 바르는 게 전부인 줄 아는 젊은이들에게 아직 김장의 참맛을 느끼기엔 먼 일 같아 보이긴 하는데요. 우리는 이모들의 지시에 따라서 양념 재료를 썰어 넣고, 비비고, 열심히 통에 담아 나릅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차에 실어 택배로 보나고 나니 마치 김치 공장에 온 것 같은 착각까지 드네요.
어린아이 3명이 들어가서 목욕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통 안에 뻘건 양념이 가득 찬 걸 보니 김치 님에 대한 왠지 모를 경외감까지 드네요.
김장 뒤풀이도 역시 빠질 수 없죠.
아삭한 배추김치에 수육, 홍어, 토마호크, 치킨, 쭈꾸미, 갑오징어까지. 잔치가 따로 없습니다. 요즘엔 김장을 안 하는 집도 많다고 하던데, 김치가 생명인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건너뛸 수 없는 행사인 것 같아요. 김장 한번 하고 나면 앓아누운대도 이상할 게 없지만, 이모들은 자식들이 모여 시끌벅적 즐기는 걸 보니 힘이 나시는 모양입니다.
몇 년 뒤면 남은 4명의 사촌 동생들도 가정을 꾸릴 때가 오겠죠. 그때는 12 가족. 우와, 생각만 해도입이 떡 벌어지네요.
다들 꼬맹이일 때 우르르 동네 몰려다니며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그 꼬맹이들의 2세들이 그렇게 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