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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Jan 15. 2023

글쓰기에도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브런치 예찬론


진정 여기는 청정지역


난 책의 형태로 된 활자 매체만 신뢰한다는 고집이 있다. 고집인지 아집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즈음의 인터넷 매체들은 형체가 없는 광고 성격의 글이 너무 많아서 웬만하면 클릭을 하지 않는다. 관심 키워드인 "요가강사"를 포털 검색창에 입력하면 정보제공을 미끼로 한 각종 요가자격증 단체 홍보와 요가 상담 유료서비스만 가득하다. 과장 조금 보태서 인터넷에 날씨 빼고는 믿을 정보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봤다. 대형 포털은 정보의 바다라기보다는 광고의 바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글이 양산되는 형태가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현실에 비추어보면 브런치는 청정지역에 가깝다. 브런치 자체가 직접적인 수익원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브런치에도 광고 목적의 글들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 작가분들 개인적인 사유와 생업이 적절히 혼합된 형태로 존재한다. 여기는 글이 자기 자신이 되는 곳, 있어 보이는 말로 퍼스널브랜딩이 되는 곳이다. 최근 글의 사유가 좋아서 구독하는 작가님(공황돼지)이 있는데 "브런치에 악플이 없는 이유가 뭘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악플로 잃을 게 있기 때문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피드백이 제한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게 브런치의 장점이라 생각했었다.



글쓰기 포지셔닝


요즘에는 감칠맛 나는 글을 읽으면 그 이유를 자꾸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각 글마다 각자의 포지셔닝이 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글과 나의 포지셔닝이 일치하면 자연스레 구독을 누르게 된다. 포지셔닝은 독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해서 5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1. 자기표현을 위한 글

처음에 브런치를 시작할 때 나는 이걸로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도 대부분 이 형태로 쓴다. 글쓰기 초보에게 기장 이상적인 형태의 글이라고 생각된다. 혼자 보는 일기만큼 내밀하진 않아도 공적인 글로서 일기보다는 약간

 발전된 형태인 듯싶다. 하지만 아직은 독자보다는 글을 쓰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 쓰면서 나의 생각이 정리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타인의 공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약간의 스킬이 필요하다.


2. 공감의 가치를 주는

내 경험과 생각을 꺼내 놓는다는 것은 1번과 같지만, 누가 읽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글이다. 그러려면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다듬고 살을 붙여야 한다. 외부와 내부시선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어, 설명이 장황하지 않으면서도 간결하게 맥락 상 상황과 심정이 이해되는 글이 좋은 글 같다. 브런치북 "나는 실버아파트에 산다"가 그렇다. 읽는 내내 감탄을 했다. 제목, 에피소드, 문장까지, 큰 줄기부터 세부적인 요소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인 글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래서 대상이구나, 싶었다. 우선 실버아파트라는 소재 자체가 신선하고 읽기 전부터 궁금증을 유발한다. 읽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에피소드가 좋아야 독자를 잡아둘 수 있는데 매 회마다 스토리가 술술 전개된다. 스토리 다음에는 함축적인 문장이 글을 읽고 난 여운까지 책임진다.


3.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개인적인 나의 구독 성향이기도 한데 이런 글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을 간접 경험하게 해 준다. 해보고 싶은 취미나 궁금했던 직업생활자 일상에 대한 일종의 탐색이다.  나의 관심사로 비추어 본다면 아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고 확신을 거치는 과정이다. 브런치가 곧 나의 스승인 셈이다.


 - 요기의 일상은 어떨까?

- 전업 작가는 어떻게 커리어를 확장시켜 갈까? 

-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연결되어 가는 과정은 어떻게 전개되는 걸까?

- 유명 강사나 과외교사의 일상은 어떨까?


그동안 읽은  개의 브런치북이 생각난다. 하나는 "흡흐흡흐"라는 요가 에세이고, 다른 하나는 "대치동은 대치동일 뿐입니다"라는 대치동 강사 이야기이다. 나머지 하나는 날필 작가님의 "이제 엄마 말고 다른 것도 되고 싶어"로 엄마들의 커리어를 그린 이야기이다. 셋 다 궁금했던 남의 이야기이다. 결국 브런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곳이다. 그런 독자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글의 포지셔닝이 3번째 유형이다.


4. 현실적인 조언자

이 유형은 자기 개발서와 비슷하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고 비슷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형태의 글이다. 독자에게 주려고 하는 명확한 목적이 있는 글이므로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치중해 있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기만 한다면 본인이 구독하는 작가는 0에 가깝더라도 구독자 수가 굉장히 많다. 돈이나 운동, 취업 등 일상과 밀접한 대중적인 주제들이 많은 것 같다. 가 읽은 브런치북 중에서는 "프리랜서로 살 이유"가 있다. 글에서 느껴지는 카로운 현실감에 한동안 얼얼했던 기억이 난다.


5. 그냥 재미있는 글

무엇보다 재미있는 글이 가장 좋은 글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읽으면 유쾌한 감정이 마구 솟아나는 글들이다. 소설을 쓰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은데 스토리나 인물 설정 같은 기술이 부족해서인지 나 같은 아마추어 작가는 시도해 보기 어려운 쪽인 것 같다. 소설을 예로 들긴 했지만 다른 사람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런 유형의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진정한 고수라고 믿게 되었다.




나의 글은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가


사실 그동안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포지셔닝을 고려해서 내 브런치 색깔을 결정할 만큼 치밀하게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나를 나타내는 공간으로써 만족스러울 정도로만 글을 썼다. 내 글을 읽아주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욕심은 분명 있었지만 글 개에 구독자가 몇 백 명씩 생기는 기적이란 나에게 없다. 오직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느끼는 감각을 알아차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여기서 난 글의 재미를 알아가는 보통의 인간이다. 오히려 글을 쓰면서 회사의 타이틀 없이 내 이름만으로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달아가고 있다. 지난 4개월간 이곳에는 나를 다독여주는 많은 문장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나온 날에 대한 공감보다는 앞으로의 나의 생존 신호를 찾을 때이다. 벌거벗은 보통의 나를 알았으니 이제야 진정한 출발점에 섰다.


지금 여기, 이 백지 위에서는 무엇이든 꿈꿀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행복하다. 더 나은 글을 쓰고자 하는 욕심 또한 그러하다. 이곳에 실재하는 많은 분들의 삶을 거울삼아 내 것은 뭐가 다른지 알아가는 것. 그 가치를 이웃 작가님들과 글로써 공감해 가는 느낌.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난 여기서 자유다.


자유. 그렇습니다. 저도 백지 위에서만큼은 자유롭고 싶습니다. - 김그린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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