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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Dec 30. 2022

브런치에 악플이 없는 이유가 뭘까.

- 적절한 댓글

 악플이 보이는 이유가 뭘까. 악플러는 반드시 댓글을 달고, 정상인 99%는 댓글을 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브런치는 그 공식이 의미가 없다. 악플이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왜지? 악플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전제는 신념에 가까운 확신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브런치에 서식하는 악플러는 악플을 달지 않는 것이다.


"악플을 안 다는데 악플러라고?"


 흉악범도 아끼는 사람 몇몇에게는 잘한다. 얻을 것이 있거나, 그것마저 잃기는 싫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해도 그렇다. 내가 브런치에 남기는 댓글은 가식으로 보일 정도로 격식과 예의를 차린다. 그렇게까지 조심스러운 이유는 '나의 글'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면 악플이 감소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단 댓글 하나로 자신의 소중한 글들이 찢겨나가는 아픔은, 신상이 털린 악플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브런치는 글을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최근 읽었던 브런치에 쓰여있던 문장. 댓글을 다는 사람 태반이 잃을 게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두가 조심스럽고 작은 실수가 돋보이는 환경.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은 '좋아요' 이상의 모험을 시도하지 않는다. 여기서 오는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다. 피드백이 없는 글은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모두의 상승 지연은 브런치의 저성장을 가져올 것이다. 물론 피드백이 오가는 과정 속 크고 작은 논쟁은 피할 수 없다. 감정이 격해지면 악플을 달 수도 있고, 혹 때려다 혹 붙이는 결과도 있겠다.


 브런치에서 피드백 카테고리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방식은 뭐라도 좋다. 익명성을 보장해도 좋고, 악플을 고소하지 않겠다는 '약관 동의'도 좋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니 말이 안 되는 제안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여러 커뮤니티에 '피드백 동냥'을 했던 경험 때문이다. 책 <힘 있는 글쓰기>에 "자신의 글이 읽히지 않는 것을 언제까지 참을 생각인가."라는 표현이 있다. 홍보를 강조하는 문구가 아니다. 읽히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는 소리다. 채점을 안 하는데 성적이 오르는 재능은 극소수다.




 브런치에 악플이 없는 이유는 댓글, 즉 소통이 부족해서다. 이게 지금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소통이 활발해지면 악플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악플과 소통. 여기서 악플에 대한 고찰은 무의미하고, 소통이 브런치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SNS를 보면 소통이 양날의 검임은 자명하다. 소통은 친목과 배척을 야기하기 때문에 브런치가 꼭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이점은 있다. SNS는 검을 앞쪽 날로 휘두르든 뒤쪽 날로 휘두르든 '수익'이라는 보상이 있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수익을 보려면 검증을 거쳐야 한다. 친목과 부당함으로 모은 구독자와 좋아요는 검증 과정에서 도태될 게 뻔하다. 브런치는 플랫폼 특성상 소통의 선순환이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최근 브런치에도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여전히 자기 검열은 있지만 느낀 게 있으면 한 마디 정도는 남기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글에 댓글을 달 수는 없었다. "잘 읽었습니다.", "응원합니다."라는 가벼운 인사조차 이런저런 이유로 망설인다. '좋아요'가 브런치만의 독특한 소통방식이라는 생각도 있고, 지금이 최선이라는 어설픈 확신도 있다. 어쨌든 댓글도 짧은 글쓰기다. 좀 더 써보고 판단하는 편이 후회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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