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돈은 절반인데 똑같이 씁니다

by 모모제인

가족들과 매일같이 뱃놀이를 하고 낚시하며 한가로이 사는 어부가 있었다. 그 어부는 낚시 수완이 아주 좋았는데 어느 날 근처를 지나던 사업가가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


"어이, 낚시 실력이 아주 좋은데 큰 바다에 나가 사업을 같이 해보지 않겠소. 저기 큰 바다에 가면 돈 되는 물고기가 아주 많다오"


"아, 솔깃한 제안이구려. 큰 바다에 나가면 일 년에 몇 달간 집을 떠나 있어야 하는 거요."


"일 년에 절반이면 될 거요"


사업가의 제안을 받아들여 어부는 큰 바다에서 일 년의 절반을 일하고, 나머지 절반은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뱃놀이를 하고 낚시를 즐겼다.


그렇게 몇 년간 어업이 번창하자 사업가는 더 큰 제안을 했다.


" 예상대로 우리 사업이 순탄한데 잡은 물고기를 가공하는 공장을 운영해 보면 어떻겠소. 일 년에 네 달을 더 일하면 훨씬 더 큰돈을 벌 수 있을 거요."


" 오호, 그럼 돈을 얼마나 더 벌게 되는 거요?"


"돈 걱정 없이 평~생 가족들과 뱃놀이하고 낚시하며 살 수 있을 거요."


"매력적이군요.

(잠시 생각하더니)

난 그전에도 이미 그렇게 살고 있었다오."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걸까.

돈을 버느라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걸까.




대학 때 같이 고시공부를 했던 친구가 있다.

나는 회사원이 되었고 친구는 의학박사가 되었다.

친구 생일 알람이 떴길래 안부를 전했다.


- OO아, 생일 축하해~잘 지내지?

- 아, 모모야! 오랜만이야!

난 둘째가 어려서 정신없이 살고 있네

- 둘째가 좀 커야 여유가 생기겠다. 나도 10년은 정신없이 보낸 듯.

- 그래도 육아휴직 많이 써도 되고 회사 복지가 되게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 뭐, 이 회사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ㅋㅋㅋ

- 앗 아직도 그런 고민이니ㅋㅋ




아.. 그랬었지.

직장 새내기 시절에 친구가 좋은 회사 들아갔네, 하면 여기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겠어, 했었다.


3년쯤 지나 첫째가 태어났을 때 친구가 육아휴직 몇 달이야, 하면 6개월. 오래 쉬면 여기서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 했었다.


2년쯤 더 지나 둘째가 태어났을 때 친구가 이번엔 얼마나 냈어, 하면 휴, 1년. 둘 키우기 너무 힘들다. 이제 더 이상 못 다니려나 봐. 했었다.


세상 무상 그렇게 15년이 지난 거다.


대출 갚으면서 내 집 마련하고

아이 셋 키울 생활비를 벌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내 일상은 15년 전이랑 비슷하다.

필요하진 않은데 갖고 싶은 비싼 물건을 살 때, 망설이다가 결국 그만두기 일쑤고,

그럼에도 알뜰살뜰 모아 몇 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간다.


돈을 많이 벌면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는 게 맞나.





몇 주 전에 남편이 두둑한 보너스를 받았다.

남편이 기분 내준다고 해서 옷 4벌에 백만 원을 쓰고 왔다.

종이백 하나 받아 들고 일시불이요! 하고 가게를 나오는데 뒷통수가 뿌듯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동안 불안증을 심하게 앓았다.

이 쇼핑이 마지막 사치가 될 것 같아서.


불과 30분의 사치 경험이

일 년 중 10달의 일상과 맞먹는 가치가 있는가,

생각하니 마음이 다시 편해졌다.

물고기 공장을 운영하지 않아도 행복한 어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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