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완주가 목표야.
작년에 처음 10킬로를 뛰었을 때는 엠뷸런스에 실려 들어왔다지.
신발의 중요성을 깨닫고 좋은 러닝화도 하나 장만했다.
갑자기 추워지고 비까지 내려 걱정은 되었지만 호기롭게 마라톤 출발선에 섰다.
달리다 보니 후끈후끈 열이 난다.
3킬로쯤 뛰었을까.
왼쪽 발목이 살짝 무리가 되는 듯하여 속도를 낮춘다.
지난번 마라톤 이후 일주일 동안 걷지도 못했던 기억에 몸을 바짝 사렸다.
잠깐 속도를 낮추니
여러 사람들이 슉슉 나를 앞질러 간다.
뒤쳐지는 기분이 싫었지만
덕분에 호수를 바라보며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쉰다.
다시 러닝.
걷는다.
뛰다 걷는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
뛰다 걷기의 반복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내가 디딜 수 있는 한 발씩만 앞으로 나아간다.
파이널 라운지가 보이기 시작하니 힘이 난다.
이번에는 내 두 다리로 골인!
5킬로 반환점 기록 32분.
10킬로 통과 기록 1시간 6분.
그래도 완주해서 기분 짱이야! 했더니
같이 뛴 동생이
"완주"에서 "주"는 달릴 주(走) 아니여? 한다 ㅋㅋ
난 "결승선 들어왔으니 됐어ㅋㅋ"한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 보면
대체 이 힘든 걸 왜 하나 했는데
결승선 들어올 때 이 기분에 하나 보다.
처음엔 동생 때문에 마지못해 했던 건데
덕분에 이런 뿌듯함은 생전 처음 느껴본다.
가슴이 뛰고 절로 웃음이 난다.
비록 사전적으로 완전히 달리기는 실패했지만
내 페이스대로 잘 뛰었다.
달리기도,
내 인생도,
천천히 페이스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