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와 부모님과 함께 하는 자유여행에 어쩌면 내 선택지는 당연해 보였다.유치원 선생님은 2호기는 같이 안 간다는 말에 유난히 마음을 쓰는 눈치였다.
"어우~ 저도 셋 중 둘째라서 그런데 둘째는 항상 가운데 끼어서 양쪽에서 치여요. 2호기 많이 보듬어주세요. 어머님."
둘째를 놓고 가는 게 당연했던 마음에 조그만 구멍이 뚫린다.
첫째는 이제 좀 컸으니까,
셋째는 너무 어리니까.
둘째는...
선생님과 헤어져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어코. 그 조그만 구멍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새고 만다. 출발날짜를 코앞에 두고, 조그만 구멍에서 새어 나오던 바람에 내내 독한고뿔을 앓았다.
"그래, 같이 가자!"
여권발급에는 통상 4~5일이 걸린다. 오늘이 출발 5일 전,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여권사진 찍고 신청해서 받기까지, 불가능해 보인다. 포기하려던 찰나, 구름 사이 한 줄기 빛처럼 전국에서 3일 만에 여권발급이 되는 유일한 구청을 발견했다. 서대문구청. 집에서 차로 2시간. 장대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손이 바빠졌다. 즉석 여권사진을 찍고, 여행사에 전화해서 표를 구했다. 출발이 임박해서인지 남은 좌석이 없었다. 결정해야 했다. 막내를 놓고 간다. 서둘러 3호기로 적힌 여행티켓 정보를 2호기로 모두 바꾸었다. 구청 업무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여권신청서를 접수하고 나니 그제야 비에 젖은 머리가 차가워짐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에 덜 깬 2호기를 안고 있는데 3호기도 깨서 안아달라는 듯 찡얼댄다.
"지금은 안돼! 좀만 기다려. 오빠 아직 잠이 덜 깨서 엄마가 안아줘야 해. OO는 오빠 동생이지? 그러니까 오빠가 먼저야. 알았지?" 했다.
내가 말하고서도 생각해 보니 2호기가 먼저라고 말해준 게 처음인 것 같다. 항상 1호기에게는 첫째 기 살려줘야 한다고, 18개월 때 동생에 엄마 뺏긴 게 안쓰럽다고, 네가 가장 먼저야. 했던 터였다.
그동안 얼마나 속으로 서운했을까..
어린 게 동생 칭얼대면 포대기 가져다주고, 글씨도 못 읽으면서 책도 보여주는 자상한 오빠. 자기가 가지고 싶은 건데 누나가 달라고 하면 기꺼이 빼앗겨 주는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