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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Aug 23. 2022

공황장애가 왔다 갔습니다

그때는 내가 공황장애인지 몰랐다.

아무에게도 내가 왜 이런지 설명할 수 없었다.


심리적 압박이 극에 달했을 무렵, 심장이 조이는 듯한 느낌과 숨이 안 쉬어지는 경험을 하고서야 심각성을 깨닫고 3주 간의 장기 휴가를 받아냈다.


몸에 문제는 없었다.

응급실에서 받은 약은 가벼운 신경안정제였다.

가끔 같은 증상이 생길 때 먹었더니 효과가 있었다.


터넷 검색으로 한 단어 한 단어 따라가다 보니 검색어는 "공황장애"가 되어 있었다.


진단서가 있으면 유급 신병 휴가가 가능하다고 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봤다.




공황장애 증상이네요.

뭘 잘 모르고 오신 것 같은데 진단서는 막 그냥 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6개월 전에 회사 상담실을 갔을 게 아니라 병원을 오셨어야죠. 그랬으면 진작 진단서 나왔을 텐데.


휴직은 하기로 결정을 하신 거예요? 네.


아이는 있어요? 네.


아이고. 애는 어떻게 키우시려고.

다른 병명으로 휴가를 받을 수 있는 건 없어요? 디스크라든가..


나는 처음 겪는 일인데, 의사 선생님은 이 사람 뭐지, 하는 듯 차라리 다른 병명을 만들라고 한다.




3주간의 휴식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회사와 일이 전부였던 일상의 프레임을

너무 하고 싶었던 "브런치 글쓰기"와 "가족"으로 옮겼다.


날 괴롭히는 직장 내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연결을 하나씩 늘려가자고 마음먹었다.


결론은 쉬운데 그 과정은 너무 길었다.

그동안의 방황이 이제야 명쾌하게 정리가 되었다.

그 말은 내 마음도 조금은 치유가 되었다는 의미다.


이제는 주위 사람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공황장애가 왔었어.
그리고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어.


휴가를 받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오랫동안 사내 심리상담을 받아왔었다고 하니 팀장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왜냐면 그게 본인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몸이 안 좋긴 한데 이유는 모르겠다. 진단서는 없다.

무급 휴직를 최대한 끌어서 쉬고 싶다


올해 해온 일에 대한 성과와 연말 평가에 불이익이 있을 텐데 괜찮겠냐? 일이야 팀원들이 나눠서 하면 된다. 근데 팀원들이 분명 뒷말할 거다. 그게 당신 평판이 될 건데 어떡할 거냐. (1차. 협박)


몸이 안 좋다는 사람한테 할 소린가 싶었다.

날 진심으로 위해서 하는 말 같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맘 편히 일할 수 있는 파트너를 붙여줄 테니 좀 더 해보자. 당신 배려해서 고민한 거다.

휴직 대신 길게 휴가 다녀와라. 대신 갔다 와서 빡시게 달리는 거다. (2차. 회유)




알고 있다.

이미 나는 팀장 시야에서 아웃이라는 걸.

경쟁에서 탈락했다는 걸.


근데 이상하게 너무 괜찮다.

지금 졌다고 내 인생이 실패한 건 아니니까.

회사는 내 인생의 일부일 뿐이니까.


경쟁에서 지고 싶지 않다는 욕심 때문에

이건 옳지 않아, 라는 마음의 소리를 계속 무시하다가 이렇게 됐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래도 저래도 불편한 상황이 계속 되었던 게

날 아프게 했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힘 빼고 해야 내가 산다는 걸 아프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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