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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Nov 17. 2023

내 임원도 쩔쩔매는 극강의 상사

승진, 그 피라미드 꼭데기에 있는

상사가 없는 세상을 간절히 원했던 적이 있다. 가능하면  상사는 안하고 싶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다 보니 되버렸다. 이뤘다기보다는, 되어버렸다. 직장에서 승진은 하기 싫어도 하게 된다. 속도의 차이는 있어도 안할 수는 없다. 그게 순리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몇년 전부터 직급을 통일했다. 공식적으로 승진의 이름표를 떼 버렸다. 그런데 인사팀의 조직문화 소개자료에는 버젖히 피라미드가 그려져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저 피라미드 끝엔 뭐가 있을까? 내 임원이 쩔쩔매는 상사는 누굴까?



극강의 상사는 고객

   


그렇다. 상사가 없는 세상은 그 어디에도 없다. 최저시급 받는 알바도, 연봉 1억 팀장도, 한 회사의 CEO도, 모두 상사를 모시고 산다. 더한 비극이 있다. 위로 갈수록 상사는 점점 더 까다로워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잠시 나의 지난 상사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의 유형은 경험상 네 가지로 구별되었다.

 

1. 평사원으로 가늘고 길게 사는 보통 선배
2. 직책을 달았다가 미끄러진 상사
3. 직책을 달고 정년 퇴임한 상사
4. 50대에 임원이 된 상사


1번 유형은 가장 흔하다. 주식 대박을 꿈꾸며 가늘고 길게 다닌다. 살아남는 데 최적화된 능력을 지녔다.  2번 유형은 회사의 시스템을 온 몸으로 경험하고 해탈의 경지에 이른채 그 시스템을 현명하게 이용한다. 직장인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다른 기회도 모색해보지만 딱히 현실적인 대안은 없다. 3번 유형은 딱 한 분 봤다. 두 자녀 모두 회사돈으로 대학을 마쳤고 그 중 한 명은 현직에 있을 때 결혼도 시키셨다. 퇴임하실 모두들 부러워했지만 마지막 회식 때 팀장님의 깊은 한숨은 아직도 생생하다. 4번 유형도 딱 한 분 봤다. 외부영입이 관행인데 내부에서 최연 임원으로 발탁되었다. 신입 때부터 봐오던 선배인데 가장 먼저 퇴사할 거라고 공언하던 분이셨다. (그러면서 제일 열심히 일하는 스타일...) 직장인으로서 최고의 성공이다. 그러려면 배팅해야 한다. 가다가 망하면 답이 없다.


임원이 될 확률에 대해서 신입 때 갓 부임한 50대 전무님께 들은 말이 있다. 신입사원 간담회 에서였다.


이 중에서 10년 뒤에 임원이 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 것 같나?
(잠시 생각하며)
여기 30명이 있으니 1명만 되도 3%네요.
아무도 없을 가능성이 더 크겠군요.


당시 패기 넘치는 신입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자기가 별 달았다고 으스대는 거야 뭐야. 여기있는 모두가 임원이 꿈이라면 그 계산이 맞겠지. 난 임원 하려고 입사한 거 아닌데? 임원이 꿈인 사람이 10명이라면 한명 나와도 10% 확률 아닌가?'


직장인 15년차는 깨닫는다.

'아, 그 때 그 말이 맞았네. 이제 와서 관둘수도 없고 나중에 뭐 해먹고 살지? 아, 자격증이나 따볼까'


2회차 글썼듯이 직장인의 성공공식은 '자기계발'이다. 따라서 하다가 망하면 전환비용이 매우 크다. 게다가 이미  50대가 되면 자기계발에 최적화된 습관을 부자의 습관으로 바꾸기는 더욱 어렵다.




나는 회사 안에서 끝없이 상사를 모시기보다, 차라리 '나만의 고객'을 모시는 걸 선택했다. 혹시 회사의 최전선에서 고객을 모신다면? 아쉽지만 그들은 '나의 고객'이 아니다.


당신이 팀장이 아닌 '까탈스런 당신의 고객님'을 모시고 있다면 임원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더 많은 고객을 모실수 있는 가능성도 임원이  확률보다는 클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그 일을 즐기고 있으므로. 


이것이 현재 내가 경험하고 있는 덕업일치다.



나는 요가를 만났고

퇴사했고, 

임원으로 승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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