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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Nov 20. 2023

직장인이 갑이 되려면

공정거래 하시죠

2008년,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전 직원이 무급휴직을 2주씩 돌던 때가 있었다. 주식은 5천원대까지 떨어졌고, 회사 망하는 거 아니냐며 다들 공포에 떨던 였다. 지금이야 13만원 대니, 당시 가족들이 주식 사겠다는 걸 뜯어말린 게 아직도 가끔 입방아에 오르곤 한다. 무급휴직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당시 직원들 사이에 상반된 분위기가 있었다. 나 같은 신입이나 부양가족이 없는 젊은 직원들은 환영했지만, 40대 가장의 한숨은 늘었다. 무급휴직이 끝나고 구성원의 고통분담에 감사하는 임원 격려사가 있던 날, 한 직원이 눈물이 맺힐 정도로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쉬면서 보니,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더라고요.


진심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싫어하면서도 대부분 잘 다니고 있는 것은 주고받는 이익이 지극히 공평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내 노동력만 착취하는 나쁜 곳이 아니다. 삶의 터전이자 유, 무형의 보상을 시기적절하게 제공한다. 하지만 2화에서 내가 구독자 인생을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썼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한, 구독자로 남을 확률이 크다고 생각했다. 벗어나고 싶으면 슈퍼노멀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노멀이다. 회사는 뛰어난 개인보다 보통의 다수에 투자한다. 바로 나 같은. 그래서 회사와 나의 거래는 정당하다.


그러다 서서히 공정거래 관계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이 있다. 돌아올 곳이 있어서 감사하다던 그분은 이미 지는 거래를 시작한 것 같다. 개인이 공정거래의 추를 되돌리는 방법은 부자의 공식이 아닌 직장인의 성공공식, 역시 자기 계발이다.  안타깝지만 회사와의 거래에서 개인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저울의 추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우위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얼마큼 동등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위를 점하는 개인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사람을 모아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필요한 건 프리랜서에게도 마찬가지다. 1인 기업가나 콘텐츠 크리에이터 중에서도 최종적으로는 회사(법인) 설립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 주언규(구, 신사임당)의 최근 책 '슈퍼노멀'을 보면 보통을 뛰어넘는 개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마지막 장은 회사를 꾸리는 팁으로 마무리한다. 김승호 대표의 '사장학개론'도 마찬가지다. 결국 최고의 성공은 나의 노동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조직"을 꾸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프리랜서가 대표가 되는가.

이 역시 "사람을 모아본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회사에 있을 때 나는 결코 사람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첫째, 그럴 필요가 없었고, 둘째, 필요하다는 것도 몰랐다. (당장 고객을 모아봐야 하는 이유)


직장인이면서 이런 생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위를 점하는 출발선에 섰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다수의 브런치 작가들도 그렇다. 개인적인 기록일지라도 독자들은, 그 무엇도 아닌,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모였지 않은가. 잘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공정거래의 추에서 나의 무게를 알고 싶으면 내 이름으로 사람을 모은 무언가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게 유튜브라면 구독자일 것이고, 회사라면 직원과 고객일 것이다. 직장 안에서 고객관리를 잘 해내면 승진할 것이고, 나의 고객관리를 잘 해내면 성공한 프리랜서가 될 것이다.




요가세계에서도 똑같다. 요가강사도 두 부류다. 한쪽은 자기 계발형 월급강사이고, 다른 한쪽은 진짜 프리랜서다. 요가강사는 업 자체가 프리랜서지만 월급만 바라본다면 직장인과 다름없다. 프리랜서로 인지도가 생기면 센터에서 정해진 수업 외에 본인 이름을 건 수업이나 강의도 하게 된다. 수입은 센터와 강사의 인지도에 따라 나눈다. 당연히 수입 면에서 월등하다. 그럴 수 있는 까닭은 고용자(요가원)와 피고용자(강사)의 지위가 동등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회사와 경제적 대가를 주고받는다면,
그 관계는 어느 쪽도
손해 보는 거래가 되면 안 된다.


 퇴사하면서 쿨하게 인정했다.

나와 회사의 공정거래는 끝났다고. (프롤로그)


그리고 관점을 바꿨다.

1. 나의 노력이 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으로 옮겨가겠다.

2. 내 성향에 맞는 더 적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으로 옮겨가겠다.

3. 시장에 오래 남아 있을수록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필드에서 일하겠다.


운이 좋게도 그런 곳을 찾아냈다.

그 세계가 나에겐 요가다.

나는 월급쟁이 요가강사가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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