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회기 상담에서 안내받은 대로 2회 차 오늘 상담에서는 MMPI Test 결과를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목표 지향적이고 간섭받기 싫은 독립적 성향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런 나와 팀장의 합은 당연히 삐그덕 댈 수밖에. 빠른 업무 처리를 위해서인 건지, 사람을 못 믿어서인지, 도움을 주고 싶어서인 건지, 아니면 뭔가 불안해서인지, 팀장의 업무 체크 빈도와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웃으며 가볍게 툭툭 지속적으로.
일을 일단 맡겨 놓으면 철저하게 결과만 가지고 판단했던 이전 팀장님 스타일이 나는 너무너무 좋았기에, 팀장이 바뀐 후 변화는 너무 버거웠다. 팀원들을 갈아 넣는 건 자신 있다고 스스로도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뭔가 내가 못 미더워서 그런가 싶은 생각에 일부러라도 더 자주 보고하고 시키지 않아도 상세하게 설명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변하는 건 없었다.
업무뿐만이 아니었다. 점심 때는 누구랑 밥을 먹는지, 저녁은 누구랑 먹는지, 전화 연결은 잘 되는지, 본인이 없는 업무 메신저 채널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사람 관계망에 레이더를 24시간 풀로 가동했다.
숨이 막혔다.
일도, 관계도 한 덩어리로 묶여 퇴근을 해도, 주말에도, 항상 일하는 것 같았다. 일부러 끊어내려 외면하고 무대응 했지만, 마음은 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상담사님이 준 미션은 이랬다.
상대의 어떤 행동이 나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할 것
내가 상대의 행동을 유발한 게 아니라 상대가 그런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다.
하지만 검사 결과상 나는 역할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편이라 어려울 수도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래도 상대의 행동이나 말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셨다.
검사 결과를 요약하니 크게 4가지로 특징이 추려졌다.
- 높은 불안감 (인지적인 것보다 행동적 불안감이 더 큼)
- 대인관계에서 경험적으로 상대를 잘 믿지 못함.
- 화를 느끼는 것과 표출하는것에 gap이 큼
- 역할에 대한 강박관념
아직까지는 좀 추상적인 내용 같아서 뭘 어떻게 해야 마음이 좀 편해질지 와닿지는 않았다.
다음 상담 때는 "역할에 대한 강박관념" 이 왜 생긴 건지 조금 더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8/31.
6개월 전 상담했던 그 이유로 공황 발작이 심하게 왔다.
지금까지 증 최고 심한 발작이었다.
숨을 심하게 헐떡이고 팔이 저리고 눈밑이 떨리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대로 죽는 것 아닌가 했다. 집에 와서는 아이들에게 계속 소리를 지르게 된다. 둘째가 중얼중얼 하고 있길래 들리는 소리가 내 맘을 더 아프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