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직장인이 연차가 늘면서 기술보다는 파트장, 팀장, 임원으로 이어지는 관리자가 되는 현실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객관적인 것 같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것입니다.
어차피 일하는 것은 다들 비슷비슷하고 충성심과 애사심으로 부가가치를 내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리더는 누가보아도 공명정대한 명분을 가지고 구성원들을 평가해야 하고 설사 명분을 만들어 내서라도 그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고 하여도 여러사람들이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있도록 "making" 하여야 하지요.
그 수단으로 쉽게 활용되는 것이 바로 "평판"입니다.
그런데 그 평판이라는 것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조작"되기도 합니다.
쉬운 예를 "지옥"이라는 드라마에서 봤습니다.
화살촉은 법을 어기고 폭력을 행사하지만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정당성을 부여받죠.
정말 무서운 것은 지옥의 사자가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 내서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다수의 무리인 것이죠.
그래서 리더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구성원들간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일에 대한 목표를 공유하고 실행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단합을 유도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죠.
하지만 리더에 대한 충성심이나 개인의 처세에 의해 주류가 형성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거기에, 리더가 나서서 공개적로 그 무리에 힘을 실어주는 언행을 한다면 어떨꺼요.
선택은 둘 중 하나입니다.
1. 인싸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2. 아싸로 도태된다.
1번을 선택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선택은 자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식으로든 한 조직에서 리더가 곁에 두는 사람을 중심으로 무리짓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본능입니다.
회식을 원하는 상사와 술을 마시고, 회식 인증샷을 단톡방에 공유합니다. 회식이 없는 날엔 같이 야근하고, 증적을 메신저나 메일로 남깁니다. 전화나 메시지는 휴가 주말 퇴근이후 상관없이 무조건 1분내 응답합니다.
자연스레 그게 팀 문화가 되고 그렇게 못하는 혹은 안하는 아싸들은 나도 회식에 좀 참석해서 저들의 맥락을 조금 이해해봐야 하는게 아닐까, 퇴근 이후 밤 10시까지 쉴새없이 울려대는 카톡에 무슨 한마디라도 남겨야 하는게 아닐까 갈등합니다. 휴가중에 업무 대응이 안되지만 가족들의 양해를 구하고 가까운 피씨방에 들러 회사 업무를 처리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난받고 그 사람의 평판이 됩니다. 그 비난이 업무 목적이었다면 정당화되어도 되는 걸까요.
저는 그게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상황에 4인 이내라도 팀장 주도 하에 매일 회식하는게 정상일까요?
하루, 일주일 중 어떤 시간이든지 상관없이 회사일을 위해 상시 대기하고 피치 못하게 연락이 닿지 못할 경우 비난 받는 게 당연한 것일까요?
권력을 가진자는 그 선택을 개인적인 것으로 여길 수 있죠. 폭력을 폭력인지 모르는 경우에는 더 안타깝죠.
- 저녁자리 내가 오라고 한거 아닌데?
(다 가는 분위기라 빠지기 그래서...)
- 니들끼리 놀고 마시면서 즐거워서 단톡에 올린거 아니야?
(팀장은 딴 데서 먹고 있어서 이렇게 좀 올려줘야 돼.
내가 퇴근 안하고 앉아있는 아싸들 데리고 와서 정신교육 좀 하고 있단 말이야)
조직의 생리를 주도하는 무리에 속하기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한거고,
그렇게 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면 개인의 능력이 부족한 거 아니야?
(난 내향적인 편이라 분위기 맞출만큼 언변이 좋지 않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일을 위한 관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관계 또한 일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또한 능력이라면 할말은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