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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Aug 15. 2022

답은 현장에 있다.

탁상공론이 생기는 이유

책상 앞에서도 뭐든 걸 다 알 수 있는 시대다.


안타깝게도 나는 오프라인을 좋아한다.

이런 정보의 시대에 눈 앞의 일만 보고 살기엔 좀 아깝지만,

눈으로 보고 직접 해보지 않은 것은 감이 떨어진다구..



회사에서는 그래서 눈에 안보이는 것을 늘 눈에 보이게 만드는 일을 한다.

각종 매뉴얼, 현황정보 업데이트 등..

대기업일수록 이런 지식을 문서화 해놓는 게 중요하다.


근데 이게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자료는 많은데 뭘 봐야할지 모른다는 것.

내가 찾는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


(자료를 찾는 방법도 매뉴얼로 만들어야 하나?)


뭐 어쨌든..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래서 직접 가서 보는 게 낫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하는 것일 터.




아주 오랜만에 현장에 나왔다.

시스템 트래픽을 모으기 위해서 청주 공장 전산실을 돌아다니면서

전산실 상세 위치, 서버위치, 포트 사용여부 등을 훑고 다녔다.


사실, 동료들 대부분은 현장에 잘 가지 않는다.

사무실 업무만으로도 바빠서이기도 하지만,

현장은 저연차 직원이나 협력사 직원들이 가는 경우가 많다.


책상 앞에서는 하루에도 수십가지 일도 멀티태스킹 하는게 일상인데

현장에서의 속도 차는 어마어마하다.
출입 절차 대기시간, 이동시간, 육안 확인 시간.


우와..

근데 오랜만에 사람 사는 세계에 있는 느낌이다.

문서만 보고 일하고 결정하고, 몇마디 대화로 훅훅 진행되는 일에 너무 익숙해졌었나 보다.




현장에 나오니, 부작용이 생겼다.

사무실에 가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


(우쒸..)


하루치 밀린 일 때문이 아니다.

문서로 봐 온 현황과 너무 다르다.

새로 만들어야 되는 게 너무 많다.


더 최악인 건,

개선해야 할 수많은 것들이 머리 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모른척 하자.

이래서 윗 사람은 현장에 오면 안되는 거야.


직장 초년생 때는 왜 이런 걸 다들 모르는 거지, 했던 패기와 추진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위에서는 정보가 다 있는줄 알던데 없다고 하면 내가 다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팀이 하는 일도 아닌데 괜히 지적질 했다가 뭔 일 나려고,

절차라도 만들라치면 이걸 언제 다 협의하나,


결론은,

내가 보고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탁상공론이라 하는 건,

이른바 현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화이트칼라가 새운 현실성 없는 이론이나 논의를 말한다.

 

알면서도 못한다는 현실의 괴리를 느꼈다고 하니 내가 너무 속물 같아 보이는데?


휴,,


책상앞에 앉아 보고받는 일상의 내가,

속도가 실력인 자리에서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는 내가,


오늘만큼은, 내가 본 것만이라도,

나중에 몇년 뒤에 누가 찾더라도 알수 있게 정리를 해 두고 사무실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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