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모제인 Oct 14. 2022

우리, 서로 상처받아도 괜찮은 사이

점심시간이 지난 나른한 오후. 조용한 사무실.

티타임 콜? 오키!

기다렸다는 듯 우리 셋은 슬쩍 사무실을 빠져나와 카페인을 충전하러 간다.


둘은 나보다 한 살 고 입사동기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휴가 야기를 한다. 대화는 어딜 가고 싶은지 단계를 뛰어넘어, 예약해둔 여행지에서 뭐하고 놀 지부터 시작된다. 둘이서 해왔던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디 갈 건데? 언제 가기로 ?라고 대화의 흐름을 뒤로 돌리자니 왠지 무안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대화가 더 진전되면 물어볼 타이밍을 영영 놓칠 것 같은데. 나 빼고 둘만 너무 신난 것 같아.



이 상황에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갈  있을까? 근데 어쩌지, 나 빈정 상한 거 같은데.




당신의 선택은?


1. 어디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냥 액티비티 이야기부터 하면 돼.

2. 액티비티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휴가지와 일정 정보를 물어보자.

3. 그냥 대화 주제를 다른 걸로 돌리자.

4. 나 기분 별론데 어떡할 거야, 자꾸 이러면 스토킹 할지도 몰라 ㅋㅋ (웃으며 할 말은 하자.)


정답은 없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보통은 1번택한다.

빈정 상했다는 사실을 굳이 알릴 필요가 있나. 상대와의 관계가 이것 때문에 크게 악화되는 것도 아니고 대화 자체가 아주 불가능해지는 것도 아니니까. 이야기하다 궁금해지면 자연스럽게 물어보면 되는 거고. 그래도 쟤가 나보다는 쟤랑 더 친한 것 같아 보이는데?


하지만 4번 선택지도 꽤 괜찮다.


내가 서운했다고 얘기한다고 해서 그 사람도 나한테 서운해할 일은 없다. 오히려 반대일 가능성이 더 크다. 만약 그랬다고 저 사람이 날 밀어내면, 그래, 우린 정말로 친한 게 아녔구나, 하면 된다.


대화가 편안하다는 것은 서로 간에 어떤 말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안전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전감은 처음부터 생겨나지 않는다.

이야기하다가 빈정이 상했다면 같이 있는 우리들에게 알려야 한다.


우어~이렇게 상처 주네 ㅋㅋ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너희들이 있어서 너무 좋아!
매거진의 이전글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