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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제인 Nov 21. 2022

생애 첫 마라톤이 내게 남긴 것

2022 손기정 평화 마라톤 대회

# 잠실대교 왕복

# 구급차 택시

# 잠실 한복판 달리기

# 아빠와 나란히 2km

# 5km 35분

# 10km 1시간 30분

# 발바닥 통증



잠실 주경기장 Finish 라인 500미터 전.

구급차에서 내려 절뚝거리며 한 걸음씩 발을 옮겼다.

발뒤꿈치랑 아킬레스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예상치 못하게 참여하게 된 10킬로미터 마라톤.


잠실대교를 무사히 건너서 5킬로 지점까지 안정적인 페이스였는데 반환점을 돌자마자 발바닥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165 rpm으로 일정하게 땅과 부딪히던 내 발바닥은 35분, 5킬로미터 거기까지였다.


그때부터는 한강 뷰를 만끽하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6킬로미터와 7킬로미터 지점 사이, 잠실역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 생각했다.


아,
지하철 탈까


뒤에서 달려오던 안전 패트롤 아저씨가 스프레이를 건네주며 응원해주셨지만 끝내 완주는 실패했다. 남은 3킬로미터 남짓은 구급차를 타고 이동했다. Finish 라인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진사를 향해 능청스럽게 두 팔 벌려 통과하는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허나  현실에선 행여나 사진 띌까, 갓길로 바짝 붙어 걸었다.


그래도 공식적으로는 완주였다.

5km 반환점 35분,

10km 결승선 1시간 30분ㅋㅋ

완벽한 레이스였어!




유모차를 밀며 달리는 아빠,

아내의 등을 받쳐주며 함께  뛰는 부부,

열 맞춰 나란히 페이스를 맞춰주는 동호인들.

절뚝거리는 나를 향해 응원하던 얼굴 모르는 행인들.


시속 7km로 바라본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또 하라고 하면 난 더 격렬히 튕기겠지.


그치만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올해 68세이신 울 아빠랑 손잡고 나란히 출발해서 어깨 부딪히며 달린 처음 2km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30대인 나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낸 울 엄마, 아빠 너무 멋지고, 사랑합니다!


행복하고 특별했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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