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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air Nov 17. 2019

모모와 띵카, 천사를 만나다

- 낭쉐

인레 호수 근처의 작은 마을 낭쉐가 특별한 이유는 모모와 띵카 때문이기도 하다. 이 두 명의 천사는 하늘에서 내려와 낭쉐의 방갈로 자우지 인에 안착했다. 자우지 인은 먼저 미얀마를 여행했던 선배한테 추천 받은 곳인데, 단연 가성비 갑이라고 할 만큼 소박하지만 깨끗하고 저렴해 예약은 필수다. 주인장의 친척인 모모는 주방을 책임지면서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총괄 매니저이고, 띵카는 객실 청소 담당이다. 앳되고 동글동글한 얼굴에 타나카를 한 모습이 수염 난 토끼처럼 귀여워 나 혼자서는 ‘바니걸스’라고 불렀다. 

두 번째 낭쉐를 방문했을 때도 나는 망설임 없이 자우지 인으로 향했다. 모모는 예약자 명단에 한국인이면서 내 이름이 올라오자 혹시나 하면서 기다렸다며 반가워했다. ‘나도 너희들이 보고 싶어서 다시 온 거야.’      


사실 모모와 띵카는 수줍음이 많은 편이다. 투숙객에게 미소를 지을 뿐이지 먼저 말을 건네지 않는다. 그런데 k-pop에 관심이 많고 아이돌 중에서 티아라와 보이프렌드를 열렬히 좋아하는 모모는 한국인인 나에게는 마음을 여는 듯 했다. 무료했던 나는 그녀와 친해지기 위해 챙이 넓은 모자를 빌리거나 주방 냉장고에 맥주를 보관해달라고 하면서 계속 주변을 맴돌았다. 

모모가 나에게 호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나도 걸그룹 중에서 티아라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부터다. 멤버 수도 이름도 잘 모르지만 히트곡은 따라 흥얼거릴 정도는 되니 100% 거짓말은 아니다. 그 이후로 그녀는 내 앞에서 티아라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왜 티아라가 좋을까? 모모는 노래가 전부 따라 부르기 쉽고 멤버들도 너무 예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는 티아라가 해체 직전에 있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한 번은 모모에게 미얀마식 국수를 잘 하는 집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녀의 까맣고 동그란 눈이 나를 한참 응시하더니 국수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국수 먹고 싶어서 동네를 다 뒤졌는데, 못 찾았어.” “당연해. 낭쉐 최고의 국수 맛집은 새벽시장에서만 장사하거든.” 모모는 내일 아침에 자신이 국수를 사다주겠다고 했다. 위치를 설명하기도 애매하고 무엇보다 내가 일찍 일어나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굿모닝~” 인사를 건네자 모모가 잠깐만 기다리라며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커피를 한 잔 하고 있는데, 금세 국수가 담긴 흰 비닐봉지를 들고 돌아왔다. 미얀마식 국수인 카우소이다. 카우소이는 쌀로 만든 면에 땅콩, 참깨를 버무린 간장소스 양념을 섞은 것인데, 고소하고 달달한 소스 때문에 한 번 젓가락을 들면 멈출 수 없다. 

그런데 감사의 인사와 함께 국수 값을 내겠다고 했더니 모모는 한사코 마다했다. 액수가 적어서 그런가? 아님 다른 손님들에게도 주는 서비스인가? 내 머리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침 산책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장미꽃 한 다발을 사서 모모에게 건넸다. 잠시 후 모모는 나의 방갈로에 놓으면 예쁠 것 같다면서 장미꽃이 담긴 화병을 들고 왔다. 이들은 주는 것은 잘 하지만 받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천사가 분명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 것처럼,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자주 해야 자연스럽다.

마음을 담아 잘 주고 잘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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