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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air Nov 17. 2019

희극과 비극을 오간 선생님

- 양곤 쉐다곤 파고다

미얀마 여행의 시작과 끝은 항상 양곤이었다.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에 기념품 가게에서 잔돈을 다 쓰는 것처럼, 양곤의 한 가운데 있는 황금빛 사원 쉐다곤 파고다에 들러 여행을 갈무리하곤 했다. 나는 주로 남문으로 들어가 한 바퀴를 돌고 북쪽 출입구 주변에 자리를 잡는다. 다른 곳보다 사람이 많지 않고 바람도 선선하게 잘 불기 때문이다. 가만히 멍 때리기에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미얀마인들도 자신만의 명당에서 기도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뭔가 생각에 잠겨있다. 이 정도의 간절한 바람이라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기도 자체로서 위안을 얻는 걸까?       


그날은 깜빡 졸고 있는데 한 남자가 말을 건넸다. “밍글라바~” 그 다음에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다. 내 대답을 들은 그가 다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아는 한국어가 없다며 능숙하게 옆에 앉았다. 나는 이미 여기서 이런 류의 사람을 겪은 적이 있다. 한 명은 정식 안내자라는 명찰까지 보여주면서 가이드비를 요구했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영어 실력과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인들마다 말을 걸던 중에 나를 타겟으로 삼은 것이다. 

그는 칭찬하면서 접근하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명상을 좀 했는데, 너는 정신이 맑고 특별해.” 그러면서 자기 자랑을 이어나갔다. 자신은 스님을 두 번이나 한 선생이고, 두 아들도 공부를 잘해서 곧 많은 돈을 벌 것이란다. 자신은 아쉬울 게 없고 나를 위해 시간을 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가 이곳을 안내해줄게. 너의 소원에 맞는 부처를 찾아가야 해.” 내가 미동도 하지 않자, 나의 생일을 물었다.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그가 책을 펼치더니 내가 태어난 날의 요일을 찾아 주었다. 토요일이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나는 내가 태어난 요일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당장 토요일 신에게 가서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미얀마에서는 태어난 날짜나 시간이 아니라 요일이 중요하다. 태어날 요일에 따라 수호신이 정해지는 것. 월요일은 호랑이, 화요일은 사자, 그리고 토요일은 용이다. 따라서 사원마다 요일을 수호하는 불상이 있는데, 사람들은 자기 요일에 맞는 불상에 물을 계속 부어 씻기면서 복을 구한다.       


그래도 나는 그를 따라갈 생각이 없다. 황금빛 탑에 반사되어 유난히 반짝이는 태양 아래서 살살 불어오는 바람 따라 흔들리는 풍경종소리를 좀 더 듣고 싶을 뿐이다. 그가 갑자기 안면을 바꾸면서 자신에게 기부하라고 했다. 자식들은 아직 돈을 벌지 못하고 아내는 아프기 때문에 자신이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 자부심이 넘쳤던 그는 온데간데 없고 자랑이었던 가족은 벅찬 짐이 돼 있었다. 동전 앞뒤 뒤집듯 한 순간에 180도 달라진 상황이 황당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됐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위로를 그에게 건넸다.      


동전의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숫자

림으로 나뉘지만  

결국 하나의 동전이다

동전처럼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희극이 될 수도

비극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희극과 비극은 한 면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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