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moair Nov 17. 2019

자기 자신을 아는 것

- 명상센터에 간 이유

미얀마를 여행하는 동안 몸은 힘들고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마음만은 편했다. 검은 때가 낀 손으로 내준 국수도 맛있고, 40시간 버스에 갇혀 있어도 화가 나기보다 특별한 체험 같이 느껴졌다. 스스로도 신기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미얀마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 덕분이다. 그들의 평온한 미소가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쌌다. 실제로 미얀마는 세계에서 가장 나누기 좋아하는 나라로 뽑혔다(2016년 세계 기부지수 보고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자 오랫동안 독재를 겪은 미얀마의 기부지수가 가장 높다는 것은 기부가 부와는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행 중에 만난 어떤 이는 미얀마인들이 베풀기를 좋아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출가를 통해 보시와 계가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얀마는 인구의 약 90%가 불교를 믿고 있고, 남자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에 출가를 해야 한다. 절에서 생활하면서 계율을 지키고 탁발을 하고 경전을 공부하고 명상을 하는 것이다. 여성도 스님은 될 수 없지만 계를 받고 수행할 수 있다. 

나는 그들이 출가를 통해 평온을 얻는 것처럼, 명상을 하면 내 마음이 조금은 평온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도 닥터 스트레인지가 티벳으로 가서 정신수련을 하지 않던가. 그처럼 우주로부터 인류를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나 자신은 구하고 싶었다. 내 마음조차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은 되고 싶지 않았다.      


두 번째 미얀마 여행을 계획하면서 명상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위빠사나 명상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명상법이다. 명상을 하는 이유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태국의 어느 큰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깨달음이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착한 나라’ 미얀마에는 외국인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여러 있다. 여행자들 뿐 아니라 일부러 수행 비자를 받아 명상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 중에서 나는 양곤에 있는 마하시 명상센터에 수행 신청 메일을 보냈다. 며칠 후 거절한다는 답장이 왔다. 명상법을 배우려면 최소 열흘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일주일 체류를 신청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명상센터에서 수행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고, 열흘이 지나고 알게 되었다. 나의 마음이 나에게 닿기에는 열흘은 너무 짧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속내를 모른다고 내가 불행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속내를 내가 알지 못하면 반드시 불행해진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이전 12화 희극과 비극을 오간 선생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