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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air Nov 17. 2019

부재로서 존재한다

- 인터넷 없는 세상

명상센터에서는 밥을 먹는 것도 수행이다. 하루 두 번 새벽 5시30분, 오전 10시 30분에 식사를 한다. 오후에는 음료 외에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식사 할 때는 정해진 장소에 모여 걷기 명상을 하다가 식당으로 들어가는데, 행렬은 맨 앞에 사야도(대선사)에 이어 폰지(남성 스님), 외국인 남성 수행자, 외국인 여성 수행자, 띨라신(여성 수행자) 순이다. 세어보니 족히 2백 명은 넘었다. 

나름 장관인걸까. 점심 공양 때는 관광객, 특히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방문해 카메라를 들이대곤 한다. 나 역시 만달레이 인근의 마하간디용 사원에서 점심 공양하는 스님들을 찍을 때는 꽤나 열심이었지만, 찍히는 입장이 돼 보니 평정심은 커녕 표정 관리도 안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수행이니라.    

  

이 시간을 제외하면 명상센터는 고요하다. 외부와는 철저하게 분리돼 있고, 특별한 일 없는 한 외출과 면회는 금지다. 활자와 인터넷도 명상을 방해하는 요소일 뿐이다. 여행하는 동안 읽으려고 가져간 책은 하루 읽다가 도로 배낭에 넣어두었다. 현지 유심칩을 사거나 데이터로밍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웰컴 투 인터넷 없는 세상!’ 

인터넷을 차단하니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친구들은 잘 있는지 알 수 없다. 결정적으로 그들의 세계에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 며칠은 궁금하고 허전하고 조바심이 났다. 그런데 손에서 휴대폰을 놓으니 몸도 마음도 홀가분했다. 수시로 SNS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은 뭐하고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혹시 내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체크하고, ‘좋아요’나 댓글로 관계의 끈을 이어가지 않아도 되잖아? 연락이 뜸해지면 안부가 궁금하다가도 ‘이렇게 잊혀지는 구나’라며 씁쓸해할 필요도 없군. 가십거리 기사를 클릭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한심한 짓을 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버려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모든 것과 이별해야 나만의 작은 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

버림으로써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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