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행 2일째
명상센터에는 수행자들이 지켜야할 규율과 시간표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대신 일주일에 2회인 문답 시간과 일요일마다 열리는 담마(Dhamma) 토크에는 꼭 참석해야 한다. 담마 토크는 외국인 수행자 전원이 모여 큰스님과 함께 <아신 자틸라 큰스님 법문집>을 읽는 것이다. 먼저 미얀마어로 읽으면 순서대로 수행자의 출신 국가 언어인 영어, 중국어, 필리핀어, 한국어 등으로 번역된 글을 읽는다.
내가 기다리는 시간은 문답 시간이다. 명상하면서 생긴 의문들, 고충 등에 대해 스님과 일대일로 상담할 수 있는데, 양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미얀마 재원이 통역을 도와주기 때문에 세세한 것들도 질문할 수 있다. 따라서 제대로 명상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그 다음 단계로의 명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 받을 수 있다.
수행 2일째인 수요일 오후, 한국인을 대상으로 문답 시간에 처음 참여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4시부터 좌선 명상할 때까지는 집중도 잘 되고 의지도 강했다. 아침 공양을 하고 다시 좌선 명상을 하는데, 앞에서 좌선 중인 띨라신의 분홍빛 가사 때문인지 “연분홍 치마가 꽃바람에~” 노래가 계속 떠올렸다. 그 이후로는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언제부터인가 졸고 있는 나를 ‘알아차렸다.’
걷기 명상은 천천히 동작마다 관찰해야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뭔가 시작하면 빨리 해버려야 하는 성향 때문에 하나하나 관찰하지 못하고 쓰윽 지나가려는 나를 계속 알아차리고 다시 수정, 관찰해나갔다. 역시 쉽지 않았고 질문거리만 잔뜩 생긴 상황이었다.
|tip| 스님이 직접 시범을 보인 걷기 명상법
1 올바로 서서 편안한 마음을 갖는다
2 왼발, 오른발 순서대로 듬-나감-놓음(3단계) 이라고 하면서 단계마다 자신을 관찰
3 ‘서 있음(6~7회)’이라고 말하며 관찰
4 바로 돌지 말고 멈춰있는 상태로 돌고 싶은 의도를 관찰
5 돌고 있다는 것을 관찰
6 돌고나서 멈춰있음을 관찰
7 다시 1번으로 돌아가서 반복
신참인 나의 순서는 맨 마지막이다. 덕분에 선배 수행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무슨 생각으로 명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따잉 차웅 스님은 수행자들의 질문에 명료하게 답했다.
Q. 열흘 동안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 더미에서 빛을 찾아가려면 목표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A. 목표를 두지 마라. 수행하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Q. 수행하다 보니 이전에 아팠던 부위에서 자극이 느껴지고 배에 가스도 찬다. 명상이 신체에도 영향을 미치나?
A. 아픈 곳을 느낄 순 있다. 그러나 가스가 차는 것은 채식을 해서이거나 다른 이유가 있는 거지 명상과는 상관없다.
Q. 수행할 때 졸음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졸음을 관찰하다가 정 안되면 귓불을 꼬집어라. 그래도 안 되면 바깥에서 걷기 명상을 하라. 한 순간도 수행을 멈춰서는 안 된다.
마음의 정화를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
부처님은 마음을 정화하는 유일한 길은
알아차림이라고 했다.
1) 몸에 대한 알아차림
2) 느낌에 대한 알아차림
3) 마음에 대한 알아차림
4) 마음의대상에 대한 알아차림
-<아신 자틸라 큰스님 법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