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곤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를 대표하는 절로 황금빛 위용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신성한 곳이지만 분위기가 엄숙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기도하고 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유튜브를 보고 데이트를 즐기고 산책을 한다. 한 마디로 미얀마인들의 삶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미얀마에 갈 때마다 쉐다곤 파고다에 들러 입국 신고를 한다. ‘다시 올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미얀마에서는 사원에 입장하려면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 벗어야 한다. 즉 경내는 맨발로 다녀야 하는 것이다. 한여름 뜨겁게 달궈진 타일위에서 발바닥에 닿는 면적을 줄이기 위해 종종 걸음을 걷다보면 저절로 부처에게 자비를 구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탁발하는 스님도 맨발이다. 그리고 그 스님에게 절을 하는 사람도 맨발이다. 명상센터에서는 동틀 무렵이면 스님들이 탁발 수행을 나서는데, 수행자가 행렬의 맨 앞 스님에게 다가가서는 맨발로 절을 했다. 신발에서 내려와 혼신을 다해 예를 갖추는 모습이 꽤나 감동적이었다. 그들이 멀리 보이는 사원을 향해 절을 할 때도 맨발이었다. 불편함에도 왜 맨발인걸까? 무수히 많은 사원을 다니면서 가졌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맨발은 부처나 사야도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식이다. 부처가 수행할 때 맨발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붓다의 뜻에 따라 스님들은 맨발 수행을 하고, 그들에게 존중과 예의를 다하기 위해 사람들은 맨발로 절을 하는 것이다. 이런 그들을 볼 때마다 불편함 보다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미얀마를 여행할 때는 양말을 신어야 하는 운동화보다는 샌들, 여유분의 비닐봉지는 꼭 챙긴다.
카피라이터이자 행복전도사였던 고 최윤희 선생님은
항상 내가 고른 메뉴와 같은 것을 주문했다.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은 같은 차를 마시는 거예요.“
존중은 어려운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