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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air Nov 17. 2019

누군가는 나를 응원하고 있어!

- 므락우 

므락우(Mrauk U)는 마을 전체가 유적지나 다름없다. 바간(Bagan)이 국민코스로 불리는 대중적인 관광지라면 므락우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곳이다. 그래서 천천히 마을을 산책하면서 사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마하보디 쉐구 사원은 외떨어져있는데다 지도에도 애매하게 표기돼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물어물어 도착한 곳에는 머리를 깎은 젊은 수행자가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었다. 

“여기가 마하보디 사원인가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순간 좀 전에 겪었던 황당한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안도 파야에서 만난 아저씨가 자신이 내부를 안내해주겠다더니 엉켜있는 남녀 조각상을 가리키며 전생의 너와 나라고 했다. 만달레이에서 비행기 타고 양곤으로 가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시트웨에 도착한 후, 하룻밤을 보내고 배를 타서 므락우까지 왔다. 그런데 신성한 사원에서 농락당하다니. 화가 났지만 인적 드물고 어두컴컴한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못들은 체 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었다.      


마하보디 사원을 찾아가야 하는 미션이라도 있는 건지, 그의 선한 인상 때문인지는 모른다. 나는 이끌리듯 그를 따라갔다. 그의 이름은 머쏭이다. 경사진 길을 올라가니 탁 트인 곳에 두개의 파고다가 나란히 서 있었다. 마하보디도 쌍둥이 파고다다. 그런데 머쏭은 저 멀리 수풀 너머를 가리키며 마하보디라고 했다. 

“드디어 찾았네요! 저 곳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세요.” 

머쏭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풀을 가리켰다. 그의 손을 따라가 보니 수풀을 헤쳐 45도 경사를 100m쯤 내려가서 다시 45도 경사를 올라가는 여정이다. 길이 없는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설마, 나보고 저 험한 길로 가라고요? 당신이 같이 가주기라도 할 건가요?” 

“얼마든지요.”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머쏭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했다. 앞장서 걸어가려는 그를 말렸다.      


이곳에는 쌍둥이 파고다 외에 부처를 모시고 수행하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마당에는 편히 기댈 수 있는 나무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냉큼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머쏭이 물을 갖다 주었다. 그대로 가만히 눈을 감았다. 한 차례 비가 쏟아지면서 더위도 한풀 가라앉고 마음도 차분해졌다. 지금껏 마하보디가 아니라 여기를 찾기 위해 헤맨 것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과정은 달라질 수 있지만 목적지는 바뀌지 않는다. 수행 중인 머쏭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머쏭은 마하보디로 가려면 마을 우물에서 오른쪽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우물에서는 한 남자가 주석 주전자에 물을 긷고 있었다. 그를 따라가면 마하보디가 나오겠지. 갈림길에서 그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나도 그 길을 따르는 순간, 뒤에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머쏭이 손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헤어진 지 제법 지났는데, 잘 가고 있는지 내내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손을 흔들고는 오른쪽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가볍다.       


갈 곳 몰라 헤매거나 외로움이 문득문득 찾아와 모두 포기하고 싶을 때,  

무엇을 위해 이 길에 서 있나 묻게 될 때,  

편안한 나무 의자, 시원한 소나기를 떠올려보자. 

그리고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나를 응원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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