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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air Nov 17. 2019

계산 잘 하시나요?

- 삔우른 & 양곤

동남아에서 물건 살 때는 부르는 값에서 반은 깎고 흥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바가지를 안 쓰면 다행이다. 그래도 흥정하는 재미가 있기에 매번 시도는 하지만, 이미 두 번째 단계에서 “주세요”를 외친다. 그런데 미얀마라는 나라는 묘한 구석이 있다. 아예 흥정을 하지 못하게 한다. 흥정을 할라 치면 더 낮은 가격으로 선수를 친다. 전투태세인 나를 무장해제 시킨 후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삔우른(Pyin Oo Lwin)에서는 주로 오토바이택시를 이용했다. 호텔에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하면 항상 오토바이 기사가 왔다. 시뽀로 떠나는 날에도 그가 삔우른 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역에는 곡테익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벌써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호텔에서 알려준 대로 2000짯(약 1500원)을 건넸다. 그러자 그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이해해요. 생각했던 것보다 꽤 거리가 멀더라고요. 오토바이 앞에 배낭을 싣고 운전하기 힘들었다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이 비용을 오케이한 건 당신 아닌가요?’ 이런 속내를 있는 힘껏 표정에 담아 그에게 말했다. “왜요?” 그가 수줍게 말했다. “1500짯인데, 잔돈이 없어요.”     


이런 일도 있었다. 양곤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고 내일 아침 한국으로 돌아간다. 호스텔 직원에게 공항까지 택시비가 얼마 정도 나오는지 물었다. 이전에도 공항까지 택시로 이동한 적이 있어서 금액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 그 때 바가지를 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곤은 미터 택시가 거의 없어 타기 전에 가격을 정해야 한다. 스텝은 8000짯(약 6천원)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번에도 8000짯이었다. 출근 시간의 교통 체증을 고려해도 10,000짯 이상은 무리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른 아침 숙소를 나와 택시를 잡은 후 공항까지 얼마냐고 물어봤다. 7000짯!  

공항까지는 생각보다 더 오래 걸렸다. 약속한 7000짯을 건네고 공항 안쪽으로 성큼 걸어갔다. 그런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적었던 걸까? 그런데 돌아서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밀짚모자였다. 호스텔에서 갖고 나왔는지도 가물가물한 나의 모자를 택시기사가 고이 챙겨 공항 직원에게 전달했고, 그 남자는 인류를 구할 신약이라고 되는 듯 소중하게 모자를 건넸다. 그리고 눈으로 말했다. “좀 손해 보면 어때. 그만큼 더 큰 행운이 찾아 올거야.” 


손해 보지 않고 남에게 폐도 끼치지 않는,

적당한 선을 그어 놓고 그 안에서 살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세상은 자꾸 선에서 나오라고 한다.

매사에 잣대를 대다 보면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고 말한다.

하긴 세상에는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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