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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pr 04. 2016

절 대 권 력

이기적인 내면의 권력

10.

어린 왕자는 소혹성 325호, 326호, 327호, 328호, 329호, 330호 와 이웃해 있었다.
그래서 일거리도 구하고 무엇을 배우기도 할 양으로 이 별들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맨 처음 찾아간 별에는 임금님이 살고 있었다.
임금님은 홍포와 수달피로 만든 옷을 입고 매우 검소하면서도 위엄 있는 옥좌에 앉아 있었다.
"아아, 신하 한 사람이 왔도다!"
어린 왕자를 보자 임금님은 큰 소리로 외쳤다.
'나를 한 번 도 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볼 수가 있을까?' 하고 어린 왕자는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임금님에게는 이 세상이 아주 간단하다는 것을 어린 왕자는 알지 못했었다.
임금님에겐 모든 사람이 다 신하인 것이다.
"좀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이리 가까이 오라."
한 사람의 왕 노릇을 하게 된 것이 몹시도 자랑스러워진 임금님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앉을 자리를 찾아보았으나 별 전체가 그 우리으리한 수달피 망토로 덮여 있었다.
그래서 서 있었는데, 피로했던 터라 하품이 나왔다.
"왕의 면전에서 하품하는 것은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이니라. 짐은 그것을 금하노라."
"하품을 참을 수가 없는걸요, 저는 오랫동안 여행을 하느라고 잠을 못 잤어요."
어린 왕자는 당황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겁이 나서...... 하품이 나오지 않아요."
"어흠! 어흠! 그렇다면 짐이 네게 명하노니 어떤 때는 하품을 하고 또 어떤 때는......"
임금님은 뭐라고 중얼거렸다. 화가 난 기색이었다.
임금님은 무엇보다 자신의 권위가 존중되길 원했다. 그는 불복종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권을 가진 임금님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마음이 매우 착했기 때문에 이치에 어긋난 명령을 내리는 법이 없었다.
그는 늘 이런 말을 했다.
"만약에 짐이 어떤 장군더러 물새로 변하라고 명령하여 장군이 이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장군의 잘못이 아니라 짐의 잘못이로다."
"앉아도 될까요?"
어린 왕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게 앉기를 명하노라."
임금님은 수달피 망토 한 자락을 점잖게 끌어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별은 아주 자그마한데, 대체 이 임금님은 무엇을 다스리는 것일까?'
"전하...... 여쭈어 볼 것이 있는데요."
'짐은 네게 질문하기를 명하노라."
임금님은 급히 말을 받았다.
"전학께서는 무엇을 다스리시나요?"
"모든 것을 다스리노라."
임금님은 아주 간단히 대답헀다.
"모든 것을요?"
"그 모든 것을......"
왜냐하면 그는 전제군주일 뿐만 아니라 전우주의 임금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모든 별들이 전하의 명령에 복종하나요?"
"물론, 곧 복종하느니라. 짐은 규율을 어기면 용납하지 아니하노라."
어린 왕자는 이러한 권력을 감탄스럽게 생각했다. 자기도 이런 권력이 있다면, 의자를 뒤로 물릴 필요도 없이 해지는 광경을 하루에 마흔네 번뿐 아니라 일흔두 번이나 백 번까지라도, 아니 이백 번까지라도 구경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어린왕자는 자기가 살다가 버리고 온 작은 별 생각에 약간 서글픈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임금님에게 한 가지 청을 했다.
"저는 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저를 기쁘게 해주세요...... 해가 지도록 명령해 주세요......"
"만약 짐이 어떤 장군더러 나비처럼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니라거나, 희곡을 쓰라거나, 물새로 변하라고 명령하여 장군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장군과 짐 둘 중에 누구의 잘못이겠는가?"
"전하의 잘못입니다."
어린 왕자가 당돌하게 대답했다.
"옳도다. 각자에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만을 요구해야 하느니라. 권위는 우선 이치에 그 터전을 잡는 것이로다. 만약에 네 백성에게 바다에 빠지라고 명령하면 그들은 반란을 일으킬 것이로다. 짐이 복종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은 짐의 명령이 이치에 맞는 까닭이로다."
"그러면 해가 지게 해주십사고 부탁한 것은요?"
한 번 물어본것은 잊어 버리는 적이 없는 어린 왕자는 이렇게 일깨워 주었다.
"넌 해지는 것을 구경할 것이로다. 짐은 그것을 명령하겠노라. 그러나 짐의 다스리는 원리에 따라 조건이 갖추어지기를 기다리겠노라."
"언제쯤 조건이 갖추어질까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임금님은 우선 커다란 달력을 들쳐보고 나서 대답했다.
"에헴! 에헴! 그것은...... 오늘 저녁 7시 40분경일 것이로다! 짐의 명령이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 너는 보게 될 것이다."
어린 왕자는 하품을 했다. 해지는 구경을 못하게 된 것이 섭섭했다. 그리고 벌써 조금 심심해졌다. 그는 임금님에게 말했다.
"저는 여기서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 이제 떠나겠어요."
신하 한 사람을 가지게 된 것이 몹시도 자랑스러웠던 임금님은 이렇게 말했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짐은 너를 대신으로 삼겠노라."
"무슨 대신인가요?"
"저....... 사법대신이니라."
"그렇지만 판결을 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요."
"알 수 없도다, 짐은 아직 이 나라를 순시한 적이 없노라. 짐은 매우 연로하고, 수레를 타고 다니기에는 별이 너무 작고, 그렇다고 걸어다니면 피곤하기 때문에......"
"아 그렇지만 저는 벌써 이 별을 다 둘러보았습니다."
허리 굽혀 별 저쪽을 또 한 번 둘러보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저쪽에도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면 너 자신을 판단하라. 이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로다. 남을 판단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판단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것이니라. 네가 너 자신을 잘 판단하게 되면 그것은 네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인 까닭이로다."
"저는 아무데서라도 저 자신을 판단할 수 있답니다. 여기서 살 필요는 없어요."
"에헴! 에헴! 짐의 별 어디엔가 늙은 쥐 한 마리가 있는 듯하도다. 밤에 그 쥐가 다는 소리가 들리는도다. 너는 그 늙은 쥐를 판결할 수 있도다. 그 쥐를 이따끔씩 사형에 처하라. 그러면 그 생명이 네 재판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매번 특사를 내려 그를 살려 두도록 하라. 이는 한 마리밖에 없음이로다."
"저는 아무도 사형에 처하기는 싫은걸요. 아무래도 떠나야겠어요."
"가지 마라."
임금님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떠날 채비를 끝마쳤으나 늙은 임금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섭섭하게 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전하의 명령이 어김없이 이행되기를 원하신다면, 이치에 맞는 명령을 내려 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가령 저에게 1분안에 떠나라고 명령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좋은 조건이 갖춰진 것 같이 생각되는데요......"
임금님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으므로 어린 왕자는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길을 떠났다. 그러자 임금님은 황급히 소리 쳤다.
"짐은 너를 대사로 임명하노라."
임금님은 잔뜩 위엄을 부리며 말했다.
어린 왕자는 길을 가며 '어른들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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