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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pr 27. 2024

퇴사에 대한 판타지

부정적인 사람과 결별하고 당신보다 나은 사람들과 어울려라

제발 모두에게 사랑받을 생각을 버려라.
눈치 보지 말고 비난에 의연하고 무리와 어울리는 것에 목숨을 걸지 마라.
진정한 친구는 두 명도 많고 가족의 지지가 모든 것의 기초다.
부정적인 사람과 결별하고 당신보다 나은 사람들과 어울려라.
---돈의 속성 p.202, 김승수


입사한 회사가 나의 존재를 인정하는가, 이 회사 안에 속해 있는 나는 온전한 개인으로 충분한 존중과 배려를 받고 있는가... 이러한 고민들이 한동안 나를 무던히도 괴롭혔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정욕구의 차원이 아니라 인간은 기본적으로 소속감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고 비로소 그 안에서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발현된다.


나에게는 퇴사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던 것 같다.

퇴사하면 더 좋은 조건에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는 어린이처럼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근무하던 회사를 떠나 이직하고 다시 입사한 3개월의 짧은 회사 생활을 통해,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퇴사와 입사는 동시에 착착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토록 바라던 '최적화된 회사'는 그리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비로소, 사람들은 오래된 자기 내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퇴사하면 더 좋은 직장과 더 좋은 근무환경이 나를 기다릴 거라는
'퇴사판타지'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직 준비를 하며 더 좋은 직장을 찾기란 너무 힘들었다.

아니 영원히 못 만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내가 너무 부정적인 것이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취업시장에서 우리 40대가 서야 할 곳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말해 우리의 파이가 점점 더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온갖 판타지...

높은 연봉, 완벽한 근무환경, 워라밸을 격려하는 조직문화 등...

이 모든 것들은 적어도 40대의 나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고령화로 인해 편안한 은퇴라는 글자는 저 멀리 희미해져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들린다.

1인 가구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감,

흙 수저로 내돈내산 해야 하는 주거비와 그 대출을 언제까지 갚아 나가야 할지 아득한 이 불안함...

더군다나 이 모든 것들은 나의 몸이 건강해야 그나마 유지하며 삶을 영위하겠지만...

앞만 보며 달리다가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는 몸의 반응들을 보며 마음까지도 움츠러든다.


나에게 이직은 이러한 나의 불안함과 신체화가 어우러져

한 개인의 삶에 있어 자존감과 유능감을 더 낮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내 주변에 퇴사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한 사람이라면 40대가 대부분일 것이다.


10년 정도가 되면 더 늦기 전에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이 맞다.


인생이란 한 번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속하는 '나'이지만...

그러나, 충고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고전적인 말...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에만 갈구하다가

몸은 직장에 머물러 있고

마음은 저 멀리 퇴사판타지에 두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이곳(여기)에서

10년 이상 누구보다 잘해온 이 일을 끝까지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취미나 현재 직장과 연결 지어

해소(이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하는 것이 가장 최적화된 삶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10년 이상 해왔다는 것은 적어도 그 업무에서만큼은 전문가임에 분명하다.

가장 인정(대우) 받고 있는 곳은 여기 이 장소, 내가 머물러있는 현재 직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10년 전 회사에 입사했던 그 마음을 떠올려보자.

회사의 어떠한 가치에 이끌려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는지 그것이 개인적 돈이든 기업적 가치이든

그 선택이 그때 나 000의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리하자면,

10년 이상 근무했던 지금 환경 속에서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

퇴사하고 나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거라는 과대한 퇴사판타지를 걷어냈으면 한다.

경험했던 10년 이상의 직장 생활을 존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금처럼 하면 된다.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초점을 두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기나긴 여정을

좀 더 멀리 조망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천만다행이도 개인적으로 나는 더 좋은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우리들의 생애이지만 (인생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이 회사에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판타지는 내 스스로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이번 이직 경험을 통해 성찰하게 되었다.


지금 시대처럼 이렇게 연결된 SNS라는 메신저가 있으니

지금 톡톡톡~ 소리를 내는 키보드에

나의 영혼의 음성이 누군가에게 닿아서

비슷한 '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곧 만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아니 이미 만났을지 모를 이곳에서

나는 묵묵히 이 새벽의 문을

살며시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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