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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blanc Aug 12. 2021

암 치료로 가는 여행中 (2)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항암을 맞은 후 2주가 지났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난 다른 사람들이랑 다른가? 머리가 빠지지 않을 수가 있나?

아니 그런 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푸석푸석 힘이 없어진다.

빠진 머리카락에는 모근이 말라있었다.


본격적인 치료를 앞두고 동네 친구를 만났다.

친구를 만나기 전에 난 일부러 머리를 감지 않았다.

오늘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후드득 떨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빠진 머리로 친구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내 자존심인가?

정상적이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친구와 가볍게 점심을 먹고 커피숍에서 담소를 나눈 뒤 요양병원으로 돌아갔다.


병원에서 기름진 머리를 감았다.

아뿔싸! 역시나였다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남아있는 머리카락과 빠진 머리카락이 서로 한데 엉켜 풀 수가 없었다.

한밤중에 2인실 요양병원에서 혼자만의 소동이 벌어졌다.

옆자리는 다행히 비어있었고 2인실을 1인실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온 소지품 중에 엉킨머리카락을 자를 만한 큰 가위가 없었다.

소형 가위로 대충 엉킨 머리를 잘랐고 그다음 날 바로 머리 삭발하기 위해 예약을 했다.

큰 조카가 안쓰러운지 고모가 선뜻 같이 가주신다고 하였다.

하긴 엄마랑 가면 눈물을 펑펑 쏟을 것 같았다.

오히려 더 편한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엉킨머리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가발전문점으로 유명한 곳으로 가서 삭발을 했다. 민둥머리의 내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다들 머리를 밀 때 눈물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냥 난 내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 그동안 전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이었다. 난 35년을 살면서 삭발을 딱 두 번 해보았다. 물론 자의로 한적은 한 번도 없었다.

 2-3살 무렵 즈음 어머니는 내 머리숱이 남들보다 적다는 것을 알게 되셨다. 주변 동네 아주머니에게 들을 이야기를 곧바로 실행에 옮기셨다. 자는 동안 내 머리카락을 박박 밀어버린 것이다

어린 나도 이상했던지 자다가 일어나서 “내 머리카락 내 머리카락.." 하면서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어린 꼬마여도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남들과 달리 없어진 머리카락이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었다.


그리고 2번째다. 이 또한 내가 원치 않은 상황이다.

나는 항암가발전문점에 와있다. 뭐 빡빡 민 내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두상도 쓸만하구먼, 어차피 머리는 다시 자랄 거니까.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미루고 미루고 싶었는데 막상 때가 오니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아마 이사진은 머리 밀고 남긴 유일한 독사진일 것이다. 항암 했을 때는 이때가 젤 멀쩡했으니깐 말이다.

8차까지 항암 하고 나서는 퉁퉁 부은 얼굴의 모습들은 남겨놓지도 않았고 그때의 사진을 내 사진첩에서 남김없이 삭제하였다.

이 당시의 나는 암 치료를 금방 끝마치고 사회에 빨리 복귀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 직장에 복귀하여 사람들에게 바뀐 내 모습을 보여주는 꿈을 꾼 적이 몇 번 있었다.

지금도 이사진을 보며 내 인생의 마지막 빡빡머리 사진이길 바라고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항암 1-3차까지는 밥 먹으면 산책도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나쁘지 않았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다)

요양병원 선생님 왈, 인생은 오래 봐야 한다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하시는 분들은 금방 낫는다고 하셨고 그게 나라고 하셨으니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점점 갈수록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물에서도 비릿한 맛이 나고 울렁거렸다.

어떤 날은 컨디션이 좋다고 맛있게 빵을 먹고 난 뒤 변비가 걸려 화장실에서 있다가 나오는 길에 쓰러진 적도 있었다.(빵은 되도록이면 먹지 마세요)


그렇다 뭐든 조심해야 된다. 사람일 어찌 될지 모른다.

난 다른 분들에 비해 젊다고(젊은것도 아닌데) 컨디션이 좋다고 정상인의 삶을 그대로 지향했던 것이다.

하지만 몸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넌 이제 정상이 아니라고 그렇게 살아가면 안 된다고

이제 변해야 한다고 그래야 앞으로의 여정을 잘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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