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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blanc Jul 22. 2021

굿이라도 해야 할까?

내 인생은 시트콤

찌이이잉..

무음의 핸드폰 소리다.

수업 중인 나는 몰래 나갔다.


"네 여보세요."

"네 여긴 oo 보건소입니다."

보건소에서 왜 나한테?

"월요일 면접 보신 회사의 면접관이 코로나 양성 확진이 되어 밀접 접촉자인 관계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십니다."  

나는 월요일, 서울 시청 근처에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관은 여자 한 명 남자 두 명,  그 여자 과장이 코로나 확진자였다.

그들은 자기소개를 할 때 잠깐 마스크를 벗으라 했다.

'아니 뭐 마스크를 벗으라고 해?.'

하지만 구직자인 나는 시키는 데로 해야 했다.

짧으면 50초 길면 1-2분 정도였다. 마스크를 벗었다가 다시 꼈다.


그렇게 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

이 정도면 로또보다 더 희박한 확률 아닌가.

3명 중 1명이 걸릴 암 당첨

자가격리 대상자에 당첨

면접도 불합격 당첨

뭐 이건 로또가 당첨되지 않으면 이상할 만큼의 높은 확률이다.

뭔가 땅이 꺼지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았다.

학원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들어가고, 지금 현재 취직 준비 중인 나는 면접 제의가 들어와도 당분간 갈 수없다.

다음 주에 병원에 임상약을 타러 가야 하는데 그 또한 일정을 미뤄야 한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것보다 현 상황에서 시급한 문제는 난 학원에서 집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가 없다.

이게 무슨 봉변인가.

보건소에서 방역 택시번호를 알려주었다.

전화를 해보니 내가 있는 곳에서 집까지 15만 원이란다. (경기도에서 경기도의 거리임)

헛웃음이 나왔다. 잠시 생각해보고 다시 전화한다고 했다

전화할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는 금요일 오후 6시 반이면 영업 중이시고 동생은 대구에 살고, 엄마는 차가 없다.

연락처를 뒤적뒤적거렸다. 동네 친한 친구가 있어 부탁할까 했으나, 내가 만약 확진자라면 그들에게 민폐다.


"아빠, 나 미안한데 데리러 올 수 있을까?"

사정을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장사로 못 오시고 대신  15만 원을 통장에 입금해 주셨다.


난 진짜 불효녀다.

아버지는 내가 항암으로 서울에서 치료받고 요양병원에서 머물 때도 차로 왔다 갔다 데려다주셨다.

지금 상황에서도 부탁할 사람은 아버지밖에 없었다. 하지만 난 아직도 아버지께 툴툴거린다.

하지만 마음은 너무 감사하다, 바보처럼 표현만 못할 뿐.


37년 동안 내 옆에 남의 편이라고 하는 사람 하나 만들지 못하고, 부탁할 친구조차 없는 나는 무얼까?

방역 택시를 기다리는 1시간 반 동안 역 앞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난 무얼 한 걸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우울한 날이었다.


무사히 방역 택시를 타고 가는 중 동네 친구가 문자가 왔다

"주말에 커피 마시자."

"친구야, 나 자가격리 들어간다. 나 아무래도 굿이라도 해야 될 것 같아"

무엇이 꼬인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의 말은 농담 반 진담 반이었지만 이 매듭을 풀고 싶다.


나는 안다. 이 시기가 지나갈 것을.

더운 여름이 지나고 추운 겨울이 오고, 다시 따뜻한 봄이 오듯

이 시기가 지나갈 것을 말이다.

하지만 매듭을 풀고 싶다. 잘못되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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