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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oblanc Jun 26. 2021

우울할 때 글을 쓰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무엇을 하셨나요?

난 아주 가끔씩 우울해진다.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성격 자체가 우울함을 한없이 끌어안고 가는 성격이 되지 못한다. 우울하다가도 하루 자고 나면 우울한 기분은 말끔히 사라진다.

길어봤자 반나절 정도?

다들 비슷하겠지만 아침보다 늦은 밤,

하루 일과를 다 끝내고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질 때.


호르몬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고 주치의에게 말씀드리자, 암 통합 협진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한 4번 정도 상담을 받고 나서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본인이 힘들 때 오세요."라고 하실 정도였다.


과거 항암 치료할 때는 우울한 기분을 느낄 틈이 없었다.

스케줄대로 주사 맞고 치료받고, 북적거리는 요양병원 가서 몇 주 쉬다가 집에 오면 피곤하고 졸리고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그런데 취직 준비를 하는 지금 상황이 녹록지 않으니 생각이 많아지고 우울해진다.

물론 우울함의 근원은 '돈'이다.

그놈의 돈돈돈돈 ^^

한정된 통장의 금액은 곧 사라질 것이고, 나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급 우울해졌다.

나는 이제 일을 해야 한다. 아니 바로 해야 한다.

지금 딱 일하기 좋게 체력도 올라왔고 기분도 작년에 비해 매우 업되고 좋다. 확실한 것은 2년 정도는 쉬어주어야 회복이 되는 느낌이다.

(작년에 복귀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현재 암 치료가 끝났고 임상약(호르몬제)을 복용 중이다. 임상약은 젊은 유방함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 교수님이 추천해 주셔서 고심 끝에 결정하게 되었다.

(젊은 유방암 환자는 암의 증식 속도가 빨라 예후가 좋지 않고 암 재발 전이 가능성이 높다.)

임상약은 언젠간 유방암환자(호르몬 수용체)들을 대상으로 표준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약이라고 하셨다


전에 먹던 타목시펜은 하루에 2번(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먹었지만 지금 약은 아침에 1알을 먹으면 되었고, 손발의 관절이 뻣뻣해지지 않아서 좋았다.

 

아무튼 원 계획은 작년에 前회사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본사에서 구조조정 지시가 내려왔고 반이상의 인원을 내보냈다.


그렇게 나는 치료와 취업준비를 동시에 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올해 5월부터 이력서를 넣기 시작하였다.

내 계획대로라면 6월에는 이미 취직을 했어야 했다. 말 그대로 계획이다.

아마도 계획이란 건 이뤄지지 않을 것을 예상해서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연락 온 헤드헌팅 회사에서 이러더라.

“경력도 있으시고 자격증도 있으신데 그쪽(회사)에서 원하는 나이가 아니다. 28~35살 정도의 나이를 원한다. 하지만 우선 경력이 있으니 서류는 넣어보겠다”


아 그렇구나!

난 나이가 많구나!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상기시켜주시다니!

뭐 세상이 불공평한 건 이미 알고 있는데 또 나이로 선을 긋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나이로 이럴래?

너무 내 상황이 안타깝지만, 누가 알아주겠는가!

그냥 그대로 Keep going!


그렇지 나도 입장 바꿔봐도 그렇겠다 싶다.

나이 든 직속 후배는 피하고 싶고, 그들은 자기주장이 강하며, 고집대로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선입견을 갖고 있으니 젊은 꼰대가 되고 있다.


역시나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다른 회사에서 면접 볼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는 느낌이 사뭇 좋다!

벌써 붙은 느낌이었다.


면접 보기 전 일찍 도착하여 회사 근처 커피숍에 가서 라떼 한 잔을 시켰다.

"적립 카드 하나 드릴까요?"

"네 하나 주세요."

적립카드도 하나 발급받았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우스웠다.


정말 좋은 기회였고 좋은 자리였고 좋은 위치였다.

'여기 되면 가야지, 룰루랄라~~~, '

하지만 결과는 ,,,


첫 면접을 본 회사, 낙방했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이날은 내면에 있던 검은 아이가 고개를 내민 날이었다.

그다음 날 아침까지 우울했던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당연히 붙을 거라고 예상한 내 생각을 뒤집어서 면접 내용 하나하나 곱씹어 봤다.

거의 2년을 쉬고 처음 본 면접이었다. 그래도 예상되는 면접 문제를 준비해 갔다.

3:1 나 홀로 면접이었다. 시간 간격으로 두고 면접을 보고 있었다.


3:1이면 질문공세가 이어지고 질문 난이도는 낮다.

그만큼 헛소리를 할 경우가 많아진다.


"2년 동안 공백기간이 있는데 그동안 무얼 하셨나요?, 전 회사는 왜 그만두셨나요?"

분명 나올 질문이란 것을 예상했다.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아 쉬게 되었습니다. 쉬는 동안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 여행을 다녔습니다.”

등등…. 나의 준비된 답변이었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잠깐 휴직을 하게 되었고,,,,”

아뿔싸!

왜 저런 말이 왜 튀어나왔을까.

연습 부족이다…아니 사실이다.

난 사실을 이야기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괜찮으신 거 맞죠?”

“네 건강합니다.”


뭐 그 외에도  그들이 나의 경력과 위치상 거리 등등등을 생각하고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겠지만,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그들이 이해해줄 거라 생각한 건가.

면접관의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변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이렇게 오랜만에 또 한수 배웠다.


그 뒤에도 헤드헌팅 회사에서 연락이 온 곳도 있지만 면접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기회도 실력이라는데 기회를 못 살렸다.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플랜 B로 가야겠다.

작년에도 쉬면서 3개월 정도 서울로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취득해 두었는데, 역시나 안 되겠다 싶다 불안하다 뭐라도 해야겠다. 가만히 있으니 안될 것 같다.

집에만 있으니 잉여 인간이 된 것 같고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다.


난 바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학원에 등록했다.

집에 있으면 취업 준비로 우울감에 빠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매일 사람人  붙잡고 있어 봤자 연락도 안 온다.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내일 배움 카드를 이용하여 수업에 등록하였다.

1년에 300만 원 한도로 쓸 수 있다. 10년 전부터 이 제도를 잘 이용해 왔었다.

뭔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서 강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공부를 하니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극이 온다.


그러나 저 마음속 깊숙이 감춰져 있는 심정은



노력하고 싶지 않지만,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하기 싫다. 하지만 해야 한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노력하기도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근데 해야만 한다.

하지 않으면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니까.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쓰임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찮게 생각하는 미물(微物)조차 다 어울리는 자리가 있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깨닫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 불안감이 나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날 불러주는 곳이 있을까?

난 과연 취직을 할 수 있을까?

나이도 많고 경력도 어중간하게 끊기고 2년의 공백기간이 있는 나.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고 싶은데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 맘은 급하다.


그래서 난 우울할 때 글을 쓰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내 맘을 전달할 때 가장 좋은 수단이 되는 것 같다.

우울감도 해소된다.


자! 앞으로 내 인생은 어찌 될까?

궁금하다.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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