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우 수업-
수업을 하거나 일로 누군가를 만날 때 우울한 일이 있더라도 내색하지 않고 사람을 대한다. 그렇지만 수업을 받는 입장에서는 굳이 내 상태를 숨길 필요가 없다. 학생 중 누군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마음을 풀어낸다. 모른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자꾸 눈길이 가는데 그 시간은 왠지 모든 것이 뚝닥거리고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곳에선 이들의 기분을 살피는 일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흐리고 눅눅해 기분이 살짝 가라앉는 날이었다. 몇 분은 결석을 하고 여섯 명이 수업에 들어왔다. 인사를 나누고 그림책을 읽는데 유난히 분위기가 산만하다.
J는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고, P는 계속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있었다. 항상 보호구를 머리에 차고 있는데 불안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증상이 심해져 보는 사람이 머리가 아파지는 느낌이었다. 영화 '주토피아'의 나무늘보를 떠올리게 하는 표정이 거의 없는 H는 이 날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는 약 기운에 취해 엎드려 있었고, C는 처음에는 괜찮더니 분위기를 타는 것인지 갈수록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속으로 한숨이 났다. 오늘도 나는 독백하는 연극 배우구나. 어찌어찌 수업을 끝내고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학생들이 평상시에도 수시로 기분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리적인 문제도 함께 있어 약을 복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 부작용인 듯 했다. 인지장애와 신체적인 장애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기분까지 가라앉고 우울해진다면 말이나 표정으로 표현하기가 힘든데 어떻게 분출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 알맞은 처방을 받을수는 있을까. 마음이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인지할 수는 있는걸까. 담당 선생님이나 가족은 저 상황을 매일 겪을텐데 그들의 지친 마음은 어디서 채울 수 있을까. 마음이 불편해진다.
습관처럼 수업 전 학생들의 표정과 기분을 살피지만 그뿐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은 없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가 많고, 버거운 마음을 내색하지 못하고 앓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따지면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 싶다.
그림책 추천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마리 이바시키나 글그림/김지은 옮김/책읽는곰/2022.6.8
*내 마음은/코리나 루켄 글그림/김세실 옮김/나는별/2019.1.27
*내 마음을 누가 알까요?/줄리 클라우스 글그림/김선희 옮김/노란상상/2014.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