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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Aug 01. 2024

사람 위에 사람... 있더라


 그림책 <다이아몬드>에는 외출 준비 중인 엄마와 그녀를 돕는 가정부 아미나가 등장한다. 주인공 캐롤라이나가 엄마 귀에 매달린 커다란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보며 이것저것 묻는다. 윈스턴 아저씨에게 선물 받은 사랑의 증표이며, 아프리카에서 채굴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거기는 아미나의 고향이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아미나는 부자가 아니잖아요?"

물론 아니지

"다이아몬드가 나온다면서요?"

아미나랑은 상관없어!

"하지만 엄마가 방금..."

이제 그만!


 그날 밤, 캐롤라이나는 다이아몬드 때문에 사람들이 희생되고 피 흘리는 꿈을 꾸었다. 아미나는 잠에서 깨 울고 있는 캐롤라이나를 달래며, 아이가 왜 우는지 묻는 엄마에게 말한다. "나쁜 꿈을 꿨나 봅니다.'라고.


 가치를 기준하는 상징적인 물건은 시대에 따라 바뀌지만 그것을 탐하고, 사람 위에 군림하고, 착취하는 권력 계층은 언제나 있다. 착취와 학살로 사람이 사람을 가학하는 폭력의 '피의 다이아몬드' 카르텔처럼 직접적으로 비극적이지는 않더라도 학벌과 자본이 만들어 낸 계급 안에서 박탈과 허무를 지금도 너무나 당연스럽게 느낀다. 피를 흘리지는 않더라도.


 몇 년 전 아이가 생활인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게 되어 따라간 적이 있었다. 경기장 내에는 학부모의 출입이 금지되고 선수와 코치, 관계자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경기장 울타리 바깥 땡볕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그때 누가 봐도 학부모처럼 보이는 여자가 선수 출신 코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그 안에 들어가 앉았다. 그들과 함께 온 초등학생 참가자의 옷에는 유명 초등학교의 상징이 그려져 있었다. 여자와 아이들은 부티가 났다. 내 아이가 경기 쉬는 시간 앉아 있는 의자를 자꾸 가져다가 자신들의 수다 멤버에게 권하는데 너무 화가 나 뭐라 한 마디 했더니 그 코치가 대신 나서서 나를 상대했다. 아이들 앞에서 추해질 수 없어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지만 짜증 나고 화나는 마음은 쉽게 수그러지지 않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색이 초라하거나 몸이 불편한 분이 그 여성과 같은 행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들이 누리는 편법과도 같은 특권이 아니꼽고 분했다. 의자가 아니라 내 권리와 자존심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다. 이 또한 자격지심인가 허탈하고 씁쓸하다.


 어쩌면 나 역시 타인의 머리통을 밟고 올라 좀 더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고개를 빼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을까. 있는 것들, 이라고 흉을 보면서도 학벌이나 돈으로 살 수 있을 안락함이 부러워 발버둥 친다. 생활비의 큰 비중을 아이들 교육비에 쏟아붓고, 파란 숫자에 탄식하는 개미 투자자로 살고 있다. 며칠간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달리 방법은 없다.



<그림책 추천>

*다이아몬드/아민 그레더 글그림/황연재 옮김/책빛/2022.4.18

*사회 계급이 뭐예요?/플란텔 팀 글, 호안 네그레스콜로르 그림/김정하 옮김/풀빛/2017.1.20

*9킬로미터: 나의 학교 가는 길/클라우디오 아길레라 글, 가브리엘라 리온 그림/김정하 옮김/뜨인돌어린이/2022.6.30

*당신을 측정해 드립니다/권정민/사계절/2024.5.30

*돌아가지 않고/스테파티 드마스 포티에 글, 톰 오고마 그림/이정주 옮김/씨드북/202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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